대한병원협회(회장 홍정용)는 “‘보험사기방지 특법법(이하 특별법)’은 의사와 의료기관의 의약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잠정적인 범죄자로 인식시킬 우려가 있다”며 오는 9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의 시행을 유보하거나 개정할 것을 관계당국에 요청했다.
특별법에는 보험사기 행위의 조사·방지·처벌에 대한 사항을 정리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반면 보험 사기행위에 대한 조사주체와 절차·근거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인 조사기구와 절차·근거 마련을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고 이 기간 동안 이 법의 시행을 미루자는 것이 병원협회의 주장이다.
보험사의 자의적인 제·개정이 가능한 보험약관이나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고발 등을 사유로 보험금 지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보험사기 행위로 의심할만한 근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융감독원이 민감한 개인정보와 민간 진료기록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환자의 개인정보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병협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받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조항과 상습 범죄자로 인정되면 50%까지 가중처벌 되도록 특별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도 병원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건강보험 재정안정이라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심평원의 각종 심사를 경험해 온 병원계로서는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경우 심평원에 입원적정성평가를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민간보험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보험의 진료비 심사 결정체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병원협회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정이 특별법에 포함될 때까지 특별법 시행을 유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회원병원들에게 9월말부터 시행될 ‘보험사기방지 특별법’과 관련한 주의를 당부했다. 병원협회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대응 TF를 구성하였으며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역할 정립, 민간보험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의사협회와 공동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