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성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장

[인터뷰] 강성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장

기사승인 2016-08-22 13:11:28


“교육 분야 종사자들은 남다른 능력이 요구됩니다. 바로 여러 사회현상을 종합해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입니다. 수십년 후 사회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예측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해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보고자 합니다.”

강성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지난 19일 쿠키뉴스 제주취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위원장으로서의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담담한 말투로 이 같이 말했다.  

다른 의원들이 맡길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교육위원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포부를 전하는 강 위원장의 모습은 38년여 간 교육현장에 몸담았던 ‘교육자’로서의 자세가 한껏 묻어난다. 

강 위원장이 걸어온 길을 더듬어보면, ‘교육’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1952년생인 강 위원장은 애월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주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학사,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1978년 3월부터 1997년 8월까지 20년동안 대정여고와 제주일고, 사대부고, 대정고등학교 등 7개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고, 제주도교육청 중등교육국 장학사, 제주여자상업고 교감, 탐라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2014년 2월까지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선망하는 학교인 제주과학고 제9대 교장을 지내면서 학생 주도적 탐구 중심의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해 명실상부한 제주 영재 교육의 요람으로 우뚝 세우기도 했다. 그의 교육·교육행정 경력을 종합하면 35년 11개월에 이른다. 

그런 그가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으로, 그것도 교육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배경에는 교육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피부로 느낀 절절한 깨달음이 작용했다. 목표의식 없이 학업의 중압감에 눌려 하루하루를 꿈 없이 보내는 아이들, 학업의 목적이 ‘돈’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강 위원장의 가슴은 무겁게 짓눌렸다. 

제주교육을 향한 절박한 심정으로 지난 2014년 도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강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조례 제정 실적이 7건에 이르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지역 교육발전을 향한 자신의 의지를 도민들에게 증명해보이고 있다.

나아가 ▲학교환경정화구역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지역학교 신설 ▲통학구 문제 등 교육기반 환경 조성에 주력했고, ▲읍면학교·다문화가정·장애학생 교육력 제고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이르기까지 ‘발로 뛰는 의정’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는 교육약자를 위한 정책 개발에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5월 열린 ‘2016 대한민국 유권자 대상’에서 광역자치단체의회의원 부문으로는 유일한 교육위원으로 ‘대상’을 수여받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도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5년후 또는 10년후의 목표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놀라울 정도로 아이들이 목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의미 있는 대답을 한 1~2%의 아이들조차 ‘나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으로 그쳤고, 그 이외에는 거의 대부분이 다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현재의 교육을 보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단언한 강 위원장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면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어른 중심의 관점’에서 탈피해 ‘아이들 중심’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기’의 제주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에 대해 강 위원장은 ‘보통교육의 목적에 충실한 공교육의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도내 학생들이 학력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기초학력미달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 바탕 위에서 인성·창의력·건강·안전교육 등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강 위원장은 최근 교육부가 민간위탁형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놓고 제주를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과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기존의 대안학교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현재 전국 25개 대안학교 중 6개 공립형 대안학교 중 다문화학교 2개교, 위스쿨학교 3개교를 제외하면 정규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공립대안학교는 단 1개교만 남는다. 여기에 ‘문제아 학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는 것을 꺼려하면서 대부분 정원미달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강 위원장은 “정부가 대안학교 설립이라는 ‘단기 처방’만 하고 다른 정책처럼 학교 운영을 전적으로 교육청에 미룰 경우, 학교 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을 이어갔다. 강 위원장은 “교육은 국가의 미래인 만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각 지방마다 다른 예산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제주는 재정이 열악한 편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을 위한 별도의 예산편성이 없다면 결국 보통교육 관리예산의 상당부분을 삭감해 누리과정에 편성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누리과정 유지가 대단히 어렵고 보통교육에도 부담을 주는 만큼, 정부가 별도의 예산편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에 대한 질문에선 긍정적인 평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강 위원장은 이석문 교육감의 교육변화를 위한 정책과 교원들에 대한 처우개선 등에 대해선 "잘 이끌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새로운 체제 2년간 공약 이행에 대해 조바심을 가진 결과, 교육 당사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해 일방통행식 교육행정을 펼친 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 예로 강 위원장은 예술학급 설치로 종결되다시피 한 고교체제 개편이나 9시 등교, 고입선발고사 폐지 결정, 혁신학교 추진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배제돼 새로운 정책 발표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건강한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만큼, 도교육청이 ‘경쟁’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건강한 경쟁’이란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 간에 자극을 주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우를 끌어주면서 전체가 평등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경쟁’을 말한다. 

전 세계로 나아가야 할 학생들을 경쟁을 수용할 줄 아는 인재로 키워야만, 학교 생활이 즐거워지고 목표 의식도 생겨 ‘스토리가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 위원장의 생각이다.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개별화’를 제시한 강 위원장은 ‘전문성’과 ‘관계성’을 높여 학생들이 어느 분야든 최고가 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토론과 논의로 도출된 철저한 ‘교육 계획’과 ‘의도’를 갖고 교육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함께 덧붙였다. 

한편으로 강 위원장은 제주 교육이 자치도 출범 10년을 지나는 동안 ‘닫힌 교육’에서 ‘열린 교육’으로 도약한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인터뷰 말미에서 강 위원장은 “열린 제주교육이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대화’와 ‘설득’의 소통으로 명실상부한 교육자치를 완성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교육위원회는 항상 도민의 목소리를 향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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