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천 종합병원 ‘길병원’, 군인 사망사건 은폐…복지부는 수수방관

[이슈] 인천 종합병원 ‘길병원’, 군인 사망사건 은폐…복지부는 수수방관

기사승인 2016-08-24 11:01:00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인천의 대표적인 상급종합병원인 길병원의 간호사가 군인에게 약물을 잘못 투여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병원 측이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문제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환자 안전’ 관련한 조치에 미흡했던 길병원에 대한 적절한 처벌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지법에 따르면 길병원 간호사 A(26·여)씨는 지난해 3월 19일 오후 1시 50분쯤 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수술 회복을 위해 병동으로 온 육군 B(20) 일병에게 약을 주사했다. 

A는 의사의 처방전과는 달리 근육이완제인 ‘베카론’을 잘못 주사했다. 주사를 맞기 3분 전까지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B일병은 투약 후 3분 뒤 심정지 증상을 보이다 의식불명에 빠졌고, 한 달여만인 지난 4월 23일 숨을 거뒀다.

잘못된 약을 투약한 것이 드러났으나 길병원은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려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고 당일 병원 측은 의료사고에 대응하는 적정진료관리본부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병원 부원장, 담당 의사, 법무팀장 등도 참석했다. 

병원 측은 사고 직후 병동 안에 있던 베카론을 없애고 간호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했다. 또한 B일병이 숨진 병동에 설치된 약품함 안에서 베카론 3병을 빼내고 고위험 약물의 위치도 뒤바꿨다. 

직원들은 베카론을 병원 내 약국에 반환한 것처럼 약품비품 청구서와 수령증을 허위로 작성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국이 아닌 적정진료관리본부로 수령증이 넘어갔다. 이후 3개월 뒤 다시 약품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달됐고, 책상에 보관됐다가 결국 수사기관으로 넘겨져 모든 사실이 들통이 난 것이다.

단지 간호사의 실수로만 여길 수 있는 이 사건이 더 큰 문제가 된 것은 병원의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기 때문이다. 길병원에서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전공의가 음주상태에서 어린 아이의 턱 봉합수술을 하다 실수를 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병원에서는 다시는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병원의 증거 인멸이 포착됐지만 상급종합병원이 필수로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인증'은 취소도 안된 상황이다. 인천의 대형병원인 길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자격에 미달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영훈 과장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동작구 한 의원에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로 비상사태라는 후문도 있다. 다만 담당과와는 연락이 닿았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특정 병원에서 수술이나 시술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의료기관인증을 취소하는 조항은 없다"며 "다만 이슈가 되는 사건이 있는데 그것이 인증제 요건에 위배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면 자료요청을 통해 조사를 진행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의료기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의료법 58조9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기관인증을 할 경우, 또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가 취소됐거나 폐쇄 명령을 받았을 경우 등은 인증이 취소된다. 다만 환자 안전과 관련해 중대한 법칙을 어겼을 경우에는 의료기관 인증이 취소된다는 조항은 없어, 상급종합병원 자격 요건이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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