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봉기자의 호시탐탐 시작합니다. 조규봉 기자, 어서 오세요. 주제 알려주시죠.
조규봉 기자▶ 네, 얼마 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 합병이 무산되며, 유료방송 시장의 시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점으로 인한 문제를 짚어내며 두 회사의 발목을 잡은 것인데요. CJ헬로비전의 경우, 인수 합병이 물거품이 되면서 영업 이익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CJ헬로비전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현재는 다른 CJ계열사에서 아무리 흑자를 내도, 헬로비전에서 까먹는 구조고요. 누가 사가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되어버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광복절 특사로 이재현 CJ회장이 나왔고, 변동식 CJ주식회사 총괄부사장이 CJ헬로비전 대표로 복귀해서 이 사태를 수습하는 중입니다. 변 대표는 옛 데이콤을 시작으로 하나로텔레콤, CJ헬로비전을 거치며 이론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방송통신 전문가입니다. 강한 추진력이 장점으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럼 그간 상화에 대해서 정리를 해볼께요. 먼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 합병에 관련된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조규봉 기자▶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2일, CJ헬로비전과 CJ헬로비전 주식 30% 취득,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병 계약을 체결했고요. 한 달 뒤인 12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습니다. 이번 기업 결합은 1위 사업자 간의 기업 결합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죠. SK텔레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점유율 확대만은 아니었고요. 플랫폼 사업자로서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존재했는데요. 가입자 및 콘텐츠에 대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에 CJ와 빅딜이 성사될 수 있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런데 불허 결정이 났어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왜 두 회사의 인수 합병을 불허한 걸까요?
조규봉 기자▶ 시장 경쟁을 해쳐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 결합이 기존의 방송, 통신 분야 사례들과 달리 방송과 통신 간 결합, 한 마디로 1위와 1위의 결합이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 합병하면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죠. 실제로 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와 결합하면, 23개 케이블 방송권역 중 21곳에서 시장 점유율이 46.9~76.0%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2위 사업자와 격차가 최대 58.8%포인트에 달하고요.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지게 되죠. 또 CJ헬로비전은 경쟁자 SK브로드밴드로 소비자가 이탈할 것을 우려해서 지금까지 요금 인상을 억제했는데요. 합병하면 이 같은 장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거죠.
아울러 CJ헬로비전이 알뜰폰 시장에서 시장 확대와 경쟁력 제고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도 불허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알뜰폰 시장 1위로, 기존 통신 3사 구도를 견제하고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CJ헬로비전이 독자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알뜰폰 업체는 기존 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 쓰거든요. 그런데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에 인수되면 KT나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에 망을 임대할 길이 막힌다는 점도 불허 이유가 된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이번 결정으로, 양 기업 모두 타격이 있겠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는 1조원 규모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는데요. 이번 인수합병 불가로 SK그룹은 7개월 동안 허송세월만 한 셈이 되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CJ그룹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CJ헬로비전은 인수 합병 추진이 장기화되면서, 기업경영 활동이 큰 차질을 빚었고요. CJ그룹은 1조원대의 대규모 투자계획에 차질을 가져오게 됐죠. 매물로 내놓았던 CJ헬로비전은 향후 정상적인 경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돼 아예 M&A 추진을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또 CJ헬로비전은 당국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영업 위축, 영업 정보 유출 등 다각도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호소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영업이익 역시 마이너스를 보였다고요?
조규봉 기자▶ 네. 그렇습니다. CJ헬로비전은 올해 2분기에 매출 2803억 원, 영업이익 241억 원, 당기순이익 150억 원을 달성했는데요.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 12.5%, 27.9% 감소했고요.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됐습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0.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4.0%, 21.4% 감소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매출 감소가 이번 인수 합병 무산과 연관 있는 거죠?
조규봉 기자▶ 네. 그럼요. 인수 합병 과정이 8개월 이상 장기화되었잖아요. 그러면서 투자 정체, 영업 위축, 가입자 감소, 사업다변화 기회 손실 등 기업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결국 손해만 보고 끝난 게임이 됐네요. 원래 CJ헬로비전이 아닌 CJ그룹 차원에서 그렸던 그림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지난해 CJ그룹은 플랫폼 BIG PICTURE 전략 보고서를 통해 그룹 내 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에 대한 미래전략을 수립했는데요. 최종 결론은 플랫폼을 매각하고 콘텐츠를 키우는 것으로 났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이 무산된 만큼 오히려 자체 플랫폼을 육성에 나설 가능성이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CJ헬로비전의 매각이 무산되었끼 때문에, 그 자체를 육성하는 사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네. 원래 매각이나 제4이동통신 추진보다 더 비중이 높았던 전략은 자체 턴어라운드 달성, 즉 MSO 사업 강화였거든요. MSO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두 개 이상의 케이블 TV를 소유, 운영하는 사업자를 말하는 건데요. 물론 정부의 결합상품 규제 관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지만요. MSO 플랫폼을 강화해 2020년까지 통신사와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CJ 헬로비전 같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플랫폼을 어떻게 강화한다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자체 플랫폼 강화의 핵심은 M&A입니다. CJ그룹은 M&A를 통해 3단계 성장방안을 수립하기도 했는데요. 먼저 1단계로 대형 MSO 합병을 추진해 방송가입자를 점유율 25% 수준인 720만까지 확보하고요. 2단계로 SO 추가 인수 및 네트워크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합병법인에 1조원 이상의 망 투자를 진행합니다. 또 그렇게 향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SO 추가 인수를 한다는 계획이 있었죠. 거기에 유선경쟁력 열위로 가치가 하락한 LG 유플러스까지 인수한다는 그림을 그린 바 있는데요. 이를 통해 2020년 방송가입자 900만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결국 인수 합병을 통해 KT진영과 유료방송 업계 2강 구도를 정립하고 SO 진영의 빅브라더 역할을 통해 결합상품 규제 등에도 대응하는 것이 CJ의 플랫폼 전략이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게 성공할 수 있는 계획인가요?
조규봉 기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데다 SO의 가치 하락을 전제한 전략인 만큼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매각이 쉽지 않게 된 만큼, 반대로 셀러에서 바이어로 전환 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죠.
김민희 아나운서▷ CJ 이외에 다른 기업이 나설 가능성도 있나요?
조규봉 기자▶ 네. 태광이 바이어로 나설 가능성 역시 존재합니다. 티브로드 역시 유무선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 깊거든요. 그러니 경영권 문제만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주식 교환 등을 통한 빅딜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리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무산되었지만, 앞으로 방송시장에서 다른 인수합병이 벌어질 수도 있을까요? SK가 CJ가 아닌 다른 기업 인수에 나설 수도 있잖아요.
조규봉 기자▶ 일단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 1위와 케이블TV 1위 이외의 결합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 SK텔레콤이 다른 복수종합유선방송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통합방송법 제정 및 시장점유율합산규제 일몰 등 M&A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지고 시장재편에 대한 당위성이 높아지는 시점에는 가능할 수도 있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럼 SK가 아닌 다른 이동통신사. KT나 LG 유플러스가 인수 주체로 나설 가능성은요?
조규봉 기자▶ 일단 KT는 합산 점유율 규제 때문에 나서기 어렵고요. LG유플러스가 인수 주체로 나설 가능성은 있긴 합니다. 실제로 현대 HCN 인수 논의가 잠깐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LG는 SK와 상황이 다릅니다. 당장 LG유플러스에 필요한 것은 이동통신 점유율이지, 방송 점유율이 아니거든요. 또 인수 비용도 수 천 억 원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고요. LG역시 그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대형 MSO 인수결정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군요. 그리고 CJ헬로비전이 위기를 맞은 만큼, 그룹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네. 그래서 CJ그룹은 M&A 무산 이후 조속한 시일 내에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변동식 전 대표가 다시 합류했는데요. 대표 취임 이후 상장, 공모자금을 통한 지역 케이블방송사 인수합병, 알뜰폰 사업 진출 및 1위 기반 마련 등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기대해볼 만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CJ그룹이 다시 CJ 헬로비전 재매각에 나설 수도 있을까요?
조규봉 기자▶ 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대상은 통신사, MSO 모두 포함되겠죠. 경쟁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역에서의 독과점을 문제 삼았지만, 유료방송 시장은 지역에서 전국으로 변화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향후 SK텔레콤과의 빅딜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합병을 불허한 시점에서 재매각은 어렵다고 봐야겠죠.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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