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곰팡이제거제로 용도특허를 받은 이소티아졸리논계 물질(CMIT/MIT)이 가습기살균제 조성물로 사용됐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유공이 세계 최초로 흡입용 곰팡이 살균제를 개발한 셈이 됐다.
1993년 4월 유공바이오텍사업팀은 세계 최초의 곰팡이균 제거제로 ‘팡이제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개발을 주도했던 P 연구원은 유공기술원에서 원유저장탱크 내의 미생물제거 프로젝트를 수행할 당시 찾아낸 기술을 상품화했다고 밝혔다.
반면 유공보다 앞서 미국 ‘롬앤하스’가 1989년 12월 한국에 출원한 ‘이소티아졸론 함유 살균조성물’ 특허에 따르면 페인트·목재·섬유 등 공업용으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김삼화 의원실에 따르면 1993년 유공(현 SK케미칼)이 곰팡이 살균제인 ‘팡이제로’를 개발하면서 출원한 ‘소비자용 살균 조성물’의 청구범위에 가습기 살균제품이 포함돼 있었고, 애경이 SK로부터 받은 제조방법(Process Formula)에 팡이제로와 가습기메이트에 ‘SK살균제’가 재료성분으로 포함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은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가 시작되면서 유공이 출원한 곰팡이균 제거제 특허 조성물을 가습기살균제에도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SK케미컬은 팡이제로에 사용된 원료는 다우케미칼사가 만든 ‘Amical’이란 물질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같은 SK케미컬의 답변은 애경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애경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K케미컬이 애경측에 보낸 ‘팡이제로 가습기메이트 제조방법(Process Formula)’에 SK살균제(CMIT/MIT) 성분이 각각 동일하게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유공이 1993년 출원한 특허에 따르면, 곰팡이 제거제 살균조성물의 청구범위에 가습기 살균제품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이 용도특허를 이용해 가습기살균제를 만들 수 있었다”며 “용도특허에는 살균조성물에 대한 독성실험자료에 피부독성과 경구독성 결과만 있고,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무형태로 흡입가능한 가습기살균제는 매우 위험한 제품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특허출원에서 곰팡이 제거제를 에어로졸이나 스프레이 형태의 용기를 사용할 때의 편의성을 강조하면서 가습기용 살균제나 살균세척제 등은 액체 상태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단서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발명자는 이미 분무용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유공(현 SK케미칼)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세척용이라는 설명 없이 살균제가 녹아있는 물을 분무시켜 흡입하도록 만든 것은 미필적 고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보다 앞서 CMIT/MIT 제조특허 및 용도특허를 갖고 있는 롬앤하스(미국)는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적시된 흡입 위험성을 고려해 공업용에 국한해 사용해왔고,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도 가습기살균제가 제조‧판매되고 있었지만 분무되는 초음파식 가습기에는 절대 살균제를 넣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유해화학물질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안전을 일차적으로 고려했다면 유공(현 SK케미컬)이 이런 물질을 가습기살균제로 출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