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은 30일 범국민흡연폐해 대책단인 16개 단체들과 공동으로 ‘담배소송,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다’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담배소송, 거대 담배회사와의 전쟁’ 세션에서는 2015년 6월 담배회사들에게 156억 달러(한화 13조8천억원)의 배상명령이 내려진 캐나다 퀘벡 주 담배소송을 이끈 앙드레 레스페랑 변호사가 ‘거대 담배회사와의 대결 : 그 내부에서 바라본 시각’을 주제로 담배소송의 의미와 승소 요인에 대해 발표했다.
레스페랑 변호사는 이 사건을 “흡연 피해자는 물론 사회 전체의 공공 보건에 위대한 승리를 가져다 준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하면서, 담배회사들이 대중들에게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의적인 거짓말과 불충분한 공개 진술을 해왔고, 그러한 담배회사들의 잘못이 수십 년간 담배회사들간의 공모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공단 담배소송을 이끌고 있는 법무법인 남산 대표인 정미화 변호사가 2014년 4월 소 제기 이후 지금까지 9번에 걸쳐 진행된 변론 내용과 함께 주요 쟁점에 대한 공단과 담배회사들의 대치된 주장들을 정리했다.
‘담배소송에서의 전문가 역할’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캐나다 맥길대학교 정신의학 명예교수이자 퀘벡 주 담배소송의 전문가 증인으로 활약한 후안 카를로스 니그레떼 교수가 ‘담배 의존에 대한 전문가 증언’이라는 제목으로 담배소송에서의 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다.
특히 퀘벡 주 소송에서 법원은 ‘담배와 같은 독성 물질에 대한 중독(의존)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훼손시키고 개인의 생존권과 신성불가침의 권리에 대한 위협이 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독자적인 손해를 구성하는 것’으로 판단했는데 이러한 유의미한 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 중독 전문가로서 어떤 점에 중심을 두고 증언했는지, 담배회사와 회사측 전문가의 주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 풍부한 임상 경험에서 나오는 생생한 지식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이어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국제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는 한양대 노성원 교수는 ‘담배의 중독성, 그리고 한국 담배소송에서의 이슈’를 주제로 현재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 시각에서 반론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올해 4월 담배 중독성의 본질과 그 심각성, 흡연력과의 상관성에 대해 밝힌 의견서를 소개하면서, 니코틴의 중독성은 신체적/사회적 피해가 일반 마약보다 더 높게 평가되고, 흡연력이 일정 수준 이상(20갑년 이상)인 경우에는 니코틴 의존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학회의 공식 의견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담배소송, 승리를 위한 길’을 주제로 진행되는 세션에서는 캐나다와 한국, 그리고 일본이 함께 한다. 담배 없는 캐나다를 위한 의사회 연구소장인 ‘닐 콜린쇼’는 “몬트리올 담배 집단 소송: NGO들이 어떻게 도왔는가”를 주제로 역사적인 캐나다 퀘벡주 집단 담배소송을 중심으로 담배소송에 있어 보건 관련 NGO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 그리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표한다.
실제 퀘벡주 소송에서 캐나다 전역의 여러 보건 관련 NGO가 소송의 기획 단계부터 관여해 소송 당사자가 되거나, 여론을 주도하고, 소송대리인들에 대한 자문과 소송 자료를 분석하는 등으로 승소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하면서 담배소송은 거대 다국적 담배회사에 대항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법적 분쟁으로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보다 조직적이고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 때문에 NGO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이자 현 대한금연학회 회장인 조성일 교수는 ‘담배소송의 승리를 위해 보건의료전문가와 NGO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효과적인 담배규제정책으로서의 담배소송이 가진 의미와 이에 대한 보건의료 전문가 참여의 당위성과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발표한다.
조 교수는 담배회사가 담배라는 유행병의 매개체(Vector)라는 점에 대한 학문적 근거와 함께, 미래의 보건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현장에 특정 담배회사가 후원의 형식을 빌려 영향력을 미치려 했던 최근의 실제 사례(한국필립모리스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대한 후원 제안)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 담배회사의 끈질기고 치밀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서 담배소송의 가치를 높이 평가함과 아울러, 담배소송의 승리를 위해 보건의료전문가 개개인과 전문가 단체가 담당해야 할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며, 그 예로 지난 2015년에 출범했던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담배와 폐암 소송 관련 특별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들을 소개한다.
일본 담배규제협회인 ‘금연가회’ 회장 카타야마 리쓰 변호사는 ‘일본의 담배 소송-승리를 향한 길’을 주제로 일본 담배 소송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현재 준비 중인 담배소송에 대한 설명과 그 전망을 제시한다.
일본의 경우 아직까지 흡연 피해자가 제기한 담배소송에서는 승소한 사례가 없지만 간접흡연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간접흡연과 다양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담배회사의 주장이 정직하지 않았고, 진정성이 없었다’라고 판시한 점, 2005년에 제기한 요코하마 소송에서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와 강력한 중독성을 인정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을 언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자의 자격으로 제기한 담배소송이 일본 법조계와 의료계를 고무시켜 일본에서도 보험자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담배소송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으며 소송자료와 전략을 공유하는 등 향후 지속적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힌다.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1998년 미국에 이어 작년에 담배소송에서 승소한 캐나다, 현재 소송을 진행하는 한국, 그리고 소송을 준비 중인 일본이 함께 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공단의 담배소송이 또 한 번 도약하고, 담배소송에 대한 국제적 협력체계를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영상축사를 통해 “보험자인 공단이 수행하고 있는 담배소송은 단순히 법적 분쟁을 넘어 담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금연문화를 확산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라며 “국민을 위한 그리고 국민과 함께 하는 공단 소송에 우리 입법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것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범국민흡연폐해 대책단은 의사협회·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간호협회·보건협회·가정의학회·결핵및호흡기학회·금연학회·암예방학회·예방의학회·폐암학회·금연운동협의회·역학회·중독정신의학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