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고산자:대동여지도’ 뚝심과 정공법, 촌스러움 사이의 그 어딘가

[쿡리뷰] ‘고산자:대동여지도’ 뚝심과 정공법, 촌스러움 사이의 그 어딘가

기사승인 2016-08-30 18:06:10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조선시대 전국 지도 중 가장 정확하고 큰 지도, 대동여지도를 그린 고산자 김정호는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남겨진 기록은 적은 이다. 양반이 아닌 평민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고산자 :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는 김정호의 지도에 대한 집념을 그린 영화다.

당대의 세도가 안동 김씨와 흥선대원군(유준상) 사이의 알력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왜구들은 끊임없이 나라의 바다를 침략하고, 백성들은 세상이 혼란하니 천주학을 믿다가 추포령에 목숨을 잃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한 목숨 건사하기도 힘든 때에 미친 듯이 걷는 이가 있다. 바로 김정호(차승원)다. 어릴 적 부정확한 지도 한 장만 믿고 산을 올랐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를 둔 한으로 그는 자신이 대신 백성들의 나침반이 되리라 결심한다.

조선 팔도를 떠돌아다니느라 딸의 얼굴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이지만, 지도만큼은 확실하게 만든다. 이미 대동여지도 초판을 발간해놓은 김정호는 교정을 위해 또다시 동분서주하지만, 지도가 곧 나라를 휘어잡는 정보력이라 믿는 안동 김씨와 흥선대원군의 손길이 그에게 동시에 뻗친다. 

영화는 초반부터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을 담는데 여념이 없다. 대동여지도 목판본 초판을 이미 발간한 김정호가 흘러가는 물길처럼 걸어가는 곳들은 모두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강우석 감독은 합천 황매산, 겨울 북한강, 여수 여자만과 마라도 모두 한 폭의 그림 같이 담아냈지만 그 중에서도 진수는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담긴 백두산 천지의 모습이다. 위대한 자연이라는 말 외에는 더한 수식어를 찾기 어려운 백두산 천지 앞에서 손 모아 예를 표하는 차승원의 모습은 자연에 대한 경애와 더불어 김정호의 위업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멋진 장면이다.

그러나 영화는 지나친 정공법으로 아름다운 색채를 흐린다. 생애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궁금한 김정호의 굴곡진 삶은 원작 소설을 거쳐 스크린으로 옮겨지며 유구한 한국 남자의 정서로 둔갑한다. 뚝심 있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어지러운 세태, 주변의 희생에도 굴하지 않는 꿋꿋함이라는 키워드는 감동적이지만 스타일리시하지는 않다. 딸 순실과 여주댁은 너무나도 착실하게 캐릭터의 끝으로 걸어 들어간다. 마지막의 자막과 자료화면은 흡사 ‘역사 스페셜’을 떠올리게도 한다. 

물론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차승원의 연기력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러닝 타임 내내 땟국물 묻은 얼굴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가르는 차승원은 위대한 선각자보다는 우리 곁의 인간 군상 중 하나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전체관람가. 7일 개봉.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