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공정위… 국산맥주 규제 끊나

칼 빼든 공정위… 국산맥주 규제 끊나

기사승인 2016-09-01 17:53:09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지난해 주세 징수가 3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주류시장이 성장했지만 맥주 업체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수입맥주와 가격경쟁에서 밀리는데다 수제맥주 등 국내 맥주제조업자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설과 유통구조 개선, 과세체계 개편 등을 통해 국산맥주에 묶인 규제를 풀어야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세는 3조2275억원으로 2014년 2조8000억여원에서 13.2% 증가했다. 1999년 2조780억원을 기록한 뒤 17년만에 1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국내 주세 징수가 3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맥주제조업체들은 시장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맥주시장 성장이 답보된 상태기 때문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7조5213억원 규모였던 국내 주류시장은 약 9조3000억원으로 신장했다.

맥주도 같은 기간 3조9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18% 가까이 커졌지만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서 49%로 줄어들었다.

국내 맥주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모두 성장이 답보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조4908억원 매출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고 하이트진로는 올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맥주 매출이 10.4% 감소했다. 롯데주류 역시 같은 기간 4.1% 줄었다.

반대로 수입맥주 수입량은 늘었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량은 17만919톤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맥주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010년 2.8%에서 지난해 8.4%까지 올랐다. 맥주시장이 커지고 국내 맥주제조업체가 답보한 사이 수입맥주가 그 틈을 차지한 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규제로 인한 수입맥주와의 경쟁력 약화가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맥주 과세표준은 출고가에 제조원가와 판관기, 예상이윤이 더해진다. 수입맥주는 신고가격에 관세를 더한 가격이 판매가가 된다. 1000원짜리 맥주를 4000원에 들여온 뒤 2500원에 판매하는 편법도 가능하다. 주세법상 국산 맥주는 도매가 이하 판매가 금지돼있다.

◇ 체계개편 효과는 ‘글쎄’

지난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산맥주시장의 문제점을 타개하고자 맥주산업활성화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는 맥주산업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아 독과점 기업이 연구개발보다 마케팅과 유통에 집중한 것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불러왔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제조시설 제한도 지적됐다. 현재 국내 소규모 맥주 제조시설의 용량 제한은 5㎘에서 최대 75㎘다. 생산량 자체가 규제로 묶여있는 것이다. 대량생산할수록 원가가 절감되는 현 구조상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단가인하를 감행하는데 방해가 된다. 최소생산량만을 적용하는 식의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구도를 통한 품질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금부과 방식에 대한 변화도 언급됐다. 출고가 기준 72%의 주세를 매기는 현재 방식에서 알코올 도수 함량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종량제로 변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우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여러 의견이 개진됐을 뿐 당장 무언가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약 과세체계가 개편되더라도 세수에 차이가 있을 뿐 시장상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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