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인간 커피’ 공유 “배우로서의 삶, 지금이 ‘화양연화’”

[쿠키인터뷰] ‘인간 커피’ 공유 “배우로서의 삶, 지금이 ‘화양연화’”

기사승인 2016-09-09 13:13:57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올해 만 37세를 맞은 배우 공유의 별명은 ‘인간 커피’다. 한 커피 브랜드의 모델을 맡은 것이 계기가 돼 장난처럼 붙은 이 별명은 부드럽고 로맨틱한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 이제는 공유의 정체성처럼 자리 잡았다. ‘인간 커피’가 술 대신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감독 김지운과 만나 만든 영화 ‘밀정’은 어떨까. 

공유가 맡은 극중 배역 김우진은 세심한 인물이지만, 때로는 과감함도 보인다. 독립을 위한 신념으로 의열단 활동에 임할 때는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지만, 막상 일본 측의 밀정인 이정출(송강호)이 자신에게서 정보를 캐기 위해 나타났을 때는 그의 앞에 덥썩 의열단의 우두머리 정채산(이병헌)을 던져 버린다. 최근 팔판동에서 만난 공유는 “사실 김우진을 연기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김지운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한 의견차가 좀 있었어요. 찰나의 호흡마저도 캐치한 후 연기에 대한 지침을 주셨는데, 제가 해석한 김우진과는 차이가 좀 있는 거죠. 가장 힘든 장면은 초반에 송강호 선배님과 대작을 하며 속마음인 듯 아닌 듯 서로를 떠보는 장면이었어요. 연기 속의 연기를 해야 하는 거니까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은 그 와중에 ‘송강호한테 절대 밀리면 안돼, 팔색조 같은 연기 보여줘’ 하시는 거예요. 맙소사.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팔색조야 그랬죠, 그때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님이 그런 지침을 주신 이유가 모두 이해가 가더라고요.”

공유에게 김우진은 자신과 다르기도 하거니와, 그 시대의 인물이 지닌 숭고함을 이해하기 어려워 더 표현이 힘든 인물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찍으며 공유는 김우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영화 속 김우진은 독립 투사라는 설정과 달리 전형적인 1920년대 모던 보이(Modern Boy)의 외형을 하고 있다. 멋진 옷을 차려입고 담배와 술을 즐긴다. 그러나 그 지점이 김우진의 비장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공유는 말한다.

“당시의 모던 보이들이 멋을 부렸던 이유를 들었을 때, 머리에 커다란 한 방을 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내일이 없기 때문에 오늘만 멋지게 살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담배와 술, 의상을 즐긴 것이죠.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그 혼돈의 시대에 밀정으로 존재했던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제가 정말로 이해하겠어요. 존경할 뿐이죠.”

어려웠던 ‘밀정’이지만 공유에게도 즐거웠던 장면은 있다. 특별 출연한 이병헌과 송강호와 함께한 장면이다. 세 명이 날을 세우며 기 싸움을 하는 장면을 찍기 전의 자신을, 공유는 “애처럼 설레었다”고 표현했다. “이정출 앞에 정채산을 난데없이 통째로 던져버린 장면이라 김우진으로서도 심정적 통쾌함이 있는 장면이죠. 더군다나 두 선배님의 연기를 코앞에서 보고 있으니 재미가 쏠쏠했어요. 모든 남자 배우의 귀감 같은 두 사람이 묵직하게 연기를 주고받는 현장을 정말 즐겼어요. 그래서 몰래 뒤에서 브이(V) 자를 그리고 사진도 찍었을 정도예요.”


최근 ‘부산행’으로 1000만 배우의 반열에 오른 이 치고는 겸손한 발언이다. 그러나 공유는 ‘부산행’의 1000만 소식에도 크게 즐기기는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1000만이라는 스코어는 저에게는 고스란히 부담이에요. ‘부산행’이 이렇게 성공할 줄은 상상도 못했거니와, 자주 생기는 일도 아니잖아요. 여전히 저에게는 제 일 같지 않고 얼떨떨한 일인데, 주변인들로부터 축하와 기대를 받고 있으니 정말 부담스러워요. 덤덤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더욱이 도취되지도 않았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당장 신작 드라마 ‘도깨비’가 하반기 방영을 앞두고 지난 8일 첫 촬영에 들어갔다. 

“걱정이 많아요. 작품이 잘 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저는 다른 일이 계속 이어지니까요. 알고 보면 저는 생각보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당장 제가 해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먼저 앞서요. 하하. 그래도 공유라는 배우가 대중의 평가가 어떠하든 연기라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결과도 좋으니 더 좋죠.” 

공유는 지금이 자신의 ‘화양연화’ 같다고 표현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죠. 저의 배우로서의 삶에 지금처럼 좋은 때가 있을까요?”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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