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고산자’ 김인권 “최근 배우로서 매너리즘 빠졌다고 생각했다”

[쿠키인터뷰] ‘고산자’ 김인권 “최근 배우로서 매너리즘 빠졌다고 생각했다”

기사승인 2016-09-13 13:35:23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김인권은 우리에게 웃음으로 친숙한 사람이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김인권이 맡아 연기한 이들은 항상 대중에게 웃음을 줬고, 그래서 그가 연기한 ‘고산자 :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의 바우는 오히려 생소하다. “숭고미가 있는 캐릭터죠. 저는 사실 그래서 더 연기하면서 쾌감을 느꼈어요.” 최근 팔판동에서 만난 김인권의 말이다.

“저는 영화를 찍는 과정부터 강우석 감독님께 홀려있다시피 했어요. 몇 번이나 울컥하면서 영화를 봤죠.” 스물 네 살의 바우는 내내 고산자 김정호(차승원)의 뒷바라지를 한다. 딸 순실이와 여주댁에게 자리를 비운 김정호 대신 듬직하게 의지되는 가장 노릇을 하고, 김정호가 목판이 모자라 나무를 하러 나서면 도끼를 들고 따라나서기도 한다. 김정호에 관해서는 애증이나 다름없는 감정을 가지고 대한다. 3년 동안 집을 팽개치고 나간 김정호는 화가 나는 사람이지만, 또 지도를 대하는 그의 모습은 한없이 존경스러운 것이다. 결국 바우는 영화 말미, 김정호의 꿈을 대신해 펼치게 된다.

“위험을 무릅쓰고 김정호의 꿈을 펼치게 됐다는 건 아마 바우도 김정호에게 감화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우는 본래 원작에서는 김정호의 아버지를 따라 죽은 사람 중 하나의 아들이에요. 김정호와 같이 고아가 된 애죠. 결국은 식솔이나 다름없지만, 그래서 더 김정호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남매나 다름없이 자란 순실이의 죽음은 분명 김정호의 탓인데, 김정호의 예술혼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고산자 : 대동여지도’에 관해 김인권은 ‘위대한 영화’라고 단언했다.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용기내서 하기 쉽지 않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거기에 더해 상업영화가 가져야 할 여러 가지 미덕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김인권의 말을 빌자면 ‘고산자 : 대동여지도’는 자상하고, 깊고, 쉽고, 재미있고, 배려가 느껴지는데다가 강우석 감독의 색이 은은하게 잘 우러난 작품이다. 스스로가 참여한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매료되기가 쉽지 않을 터다. 그렇다면 본인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떨까.



“사실 최근에 배우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제가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 않는데, 아득바득 붙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요. 1998년에 데뷔한 이후로 항상 스스로가 모자라다며 좌절해왔지만 유독 최근에 그랬어요. ‘고산자 : 대동여지도’도 사실은 겨우 캐스팅 됐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 위기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강우석 감독과의 작업은 조금 달랐다. ‘고산자 : 대동여지도’는 편안한 분위기 이상의 그 무엇이 있었다. 강우석 감독은 현장에서도 모든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도록 만들었고, 김인권도 마찬가지였다.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바우였고, 그 과정이 거의 천재적으로까지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거 아세요? 사실 저 위장취업한 사람이에요. 하하. 처음에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좋은 감독을 만나려고 배우로 위장취업 했어요. 연기하다 보면 좋은 감독은 어떻게 현장을 지휘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 그런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얼결에 배우가 됐고, 18년을 한 직업으로 줄곧 살아왔다. 김인권은 이제 자신이 배우로서 한 단락의 끝에 와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완전히 신인이었던 예전보다 심장은 덜 뛰는 것 같아요. 대신 노련해 진 기분이죠. 이 단락을 지나고 나면 다시 심장이 뛸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계기가 생기거나 좋은 작품을 만나고, 다시 기분좋은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 지금 저의 가장 큰 꿈입니다. 뭣보다 저 스스로 아직 김인권이라는 배우가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이나 재미를 줄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위장취업이라고 했죠? 그런데 그만 두지 못하겠어요. 아직까지 진짜 김인권을 만나지 못했거든요.”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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