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매그니피센트 7’ 잊혀졌던 서부영화의 화려한 귀환

[쿡리뷰] ‘매그니피센트 7’ 잊혀졌던 서부영화의 화려한 귀환

기사승인 2016-09-13 14:21:39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모래먼지를 뚫고 나타난 황야의 총잡이들이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채 말을 타고 달리며 총으로 상대를 거꾸러트리는 서부 영화는 오랜 시간 영화 팬들의 로망이었다. ‘OK목장의 혈투’를 비롯한 서부 영화들은 여러 가지 변주와 오마주를 통해 계속해 우리 곁에 존재해왔고, 그 중에서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황야의 7인’이 리메이크됐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매그니피센트 7’이다.

1879년 평화로운 미국 서부의 개척 마을 로즈 크릭은 금광 채굴권을 가진 바톨로뮤 보그 일당에 의해 점령된다. 로즈 크릭은 당초 개척민들에 의해 일궈진 작은 마을이지만, 바톨로뮤 보그는 그들의 땅을 터무니없는 값에 팔라며 협박한다. 보그에 의해 남편을 잃은 엠마(헤일리 베넷)는 전 재산을 걸고 현상금 사냥꾼 샘 치좀(덴젤 워싱턴)을 찾아가 복수를 의뢰한다. 

용병단과 막대한 재산을 가진 보그를 홀로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샘 치좀은 근처에서 한 가락 한다는 무법자들을 모으기로 한다. 샘 치좀의 현상금 사냥 현장을 목격한 조슈아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남북전쟁에서 적들의 머리를 통쾌하게 날린 명사수 굿나잇 로비쇼(에단 호크), 굿나잇 로비쇼와 함께하고 있는 동양인 암살자 빌리 락스(이병헌), 샘 치좀의 타깃이었던 현상범 바스케스(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깊은 신앙심을 가진 현상금 사냥꾼 잭 혼(빈센트 도노프리오). 코만치 족의 전사 레드 하베스트(마틴 센스메이어)가 그 화려한 명단을 장식한다.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했다는 말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현대의 방식으로 CG와 혼합된 새로운 방식의 영화를 기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매그니피센트 7’은 오히려 정통 서부 영화에 가깝다. 클래식한 7인의 이야기는 모던하고 세련된 액션과 결합해 신나는 쾌감을 선사한다. 19세기의 흐릿한 유리가 개틀링 포에 박살나는 장면과 총에 호쾌하게 맞은 총잡이들이 말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서부 영화의 화려한 재미를 되새기게끔 한다.

그렇다 해도 ‘매그니피센트 7’은 ‘황야의 7인’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요소가 없다면 굳이 명작을 리메이크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주인공인 샘 치좀이 흑인 배우인 덴젤 워싱턴이라는 것이다. 정의로운 리더 역할은 항상 백인이 해왔던 할리우드 영화, 그것도 서부 영화로서는 놀라운 시도다. 더불어 7인의 무법자들 사이에 아시안과 멕시칸이 섞여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새롭다. 빌리 역의 이병헌과 바스케스 역의 마누엘 가르시아 롤포는 영화 내내 웃음을 만드는 유머러스한 콤비 역을 톡톡히 해낸다. 더불어 영화의 모든 것을 종결하는 것이 도움을 처한 여인 엠마라는 것도 상기할 만 하다. 그간 서부영화의 내러티브에서 여성은 항상 도움을 청하는 주변인에 불과했으나, 엠마는 마지막의 키 캐릭터로 홀로선다.

그간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했다던 한국 배우들이 생색에 가까운 분량만 받았던 것에 비하면 이병헌은 주연이라고 해도 손색없다. 이병헌을 주연인 에단 호크보다 앞세운 국내 마케팅은 속이 들여다보이긴 하지만, 그의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는 단연코 아니다. 지난해의 스캔들 당시 이병헌은 ‘매그니피센트 7’의 촬영을 이유로 어떤 곳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이는 앞선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영화 출연 분량에 빗대어 ‘단순한 핑계가 아닐까’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매그니피센트 7’속 이병헌의 활약을 본다면 적어도 심정적 이해는 가능하다. 오는 14일 개봉. 133분, 15세가.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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