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기자]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가 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렸다.
범국민대회 조직위원회(4.16 연대, 백남기투쟁본부,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공공운수노조 파업 조합원 5000명 등 주최 측 추산 3만명이 참가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진선미, 박주민, 송영길 의원 등 국회의원 십여 명도 추모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추모 발언을 시작한 가톨릭 농민회 정현찬 회장은 “지난 11월14일 당신이 물대포에 맞을 때 우리가 대신 맞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며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경찰은 물대포로 쏘아 죽인 것도 분에 풀리지 않았는지, 이제는 또다시 당신의 시신을 난도질하려 한다”고 부검 영장 발부를 비판했다.
백씨의 유가족인 차녀 백민주화 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백민주화씨는 눈물을 흘리며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거짓을 동원해야 한다. 그것이 쌓이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돼서 끝내 무너질 것이고 결국 진실만이 남을 것이다”라며 “그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테지만 자식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 암울한 시대의 몫이다”고 말했다.
그는 “물대포로 인한 사망이 분명하다면 왜 부검을 거부하냐는 목소리도 있다”며 “주치의는 사인을 병사라고 표기하고, 표기의 실수는 인정하나 수정할 수 없다고 한다. 사인의 증거는 넘쳐나는데 어느 자식이 아버지의 시신을 다시 수술대 위에 올리겠나. 정부가 아버지를 두 번 세 번 죽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은 ‘법보다 위에 있는 것은 생명’이라는 기본 정신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더는 아버지와 같은 희생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이 땅에서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발언을 끝맺었다.
집회에는 국화꽃과 세월호 추모 노란색 리본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학생 황모(21)씨는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과정에서 분명히 과잉진압이 있었다”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에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3학년 김한결(19)씨는 “어리지만 정부의 횡포에 침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집회 장소를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박모(40·여)씨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을 강행하는 것은 순리에 어긋난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사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회사원 안규백(39)씨는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며 “7살 된 딸에게 아버지로서 국가에 정당한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집회 참여 계기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전 종로 1가→ 세종로사거리→ 경찰청 구간은 교통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불허됐다.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했던 백씨는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317일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던 그는 지난 25일 오후 1시58분 끝내 숨졌다.
경찰은 사망 다음 날인 26일 법원에 부검 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경찰은 재차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달 28일 유가족과의 ‘협의’를 전제로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사진=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