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보이콧·태풍·김영란법까지… 탈 많은 21회 BIFF 드디어 개막

[친절한 쿡기자] 보이콧·태풍·김영란법까지… 탈 많은 21회 BIFF 드디어 개막

기사승인 2016-10-06 11:45:16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의 날이 밝았습니다. BIFF 기간 중에는 부산은 여느 때와는 다른 도시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산시에 BIFF는 큰 의미를 가진 행사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어쩐지 개막 전부터 파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부산시와의 갈등에 이어 이제는 태풍까지 BIFF를 덮친 것이죠.

지난 5일 부산은 제 18호 태풍 차바(CHABA)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부산을 비롯해 울산, 경주 등 경남 지방은 온통 물난리가 났죠. 태풍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BIFF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매년 BIFF 기간 중 해운대 해변에서는 ‘비프빌리지’(BIFF Village)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영화 관련 행사와 프로모션이 진행되지만, 이를 위해 조성해놓은 비프빌리지 행사 부스가 모조리 물에 잠긴 것입니다. 태풍 차바는 부산을 덮친 지 약 5시간 만에 물러났지만 차바가 지나간 자리는 처참했습니다. 해운대를 장식하던 화려한 부스들은 모두 물에 잠기거나 파도에 쓸려가 원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었죠. 

결국 BIFF 운영위원회 측은 “영화제 기간 중 비프빌리지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오픈토크, 핸드프린팅, 무대인사 등의 행사를 모두 부산 수영강변대로 영화의 전당 광장에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제 개막까지는 약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프빌리지를 원래대로 복구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영화의 광장은 다행히도 넓고 쾌적해 많은 행사 관람객을 감당하기 어렵지 않지만,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던 낭만적인 비프빌리지의 전경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앞서 제 20회 BIFF가 부산시와 큰 갈등을 빚은 후 한국 영화계 인사들의 보이콧이 아직 채 철회되지 않은 상황인 것이죠. 당시 한국 영화계 인사들은 “부산시의 외압이 영화제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결국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체제에서 정관개정을 거쳤지만 아직 보이콧은 철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총 9개 영화 단체 중 4개 단체는 보이콧을 철회, 4개 단체는 유지, 1개 단체가 유보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지난달 막 시행된 부정청탁방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여파도 큽니다. 영화제 특성상 언론인들을 상대로 하는 영화계 행사가 수없이 열려왔지만 올해는 모든 민간 영화 사업체들이 언론 상대의 행사는 축소하거나 아예 치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영화 행사 특성상 언론인에 대한 향응 제공으로 인식될 수 있는 판단에서입니다. 자연스레 BIFF 자체의 행사 규모도 축소됐죠. 이에 일부에서는 불만이 크지만,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기타 부대 행사 때문에 막상 영화제에 와서 영화 한 편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이제는 정말로 영화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견입니다.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늘인 6일 개막해 15일 폐막합니다.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소향씨어터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등 부산시 일대에서 열리지요. 파란이 많았던 행사지만, 이왕 개막한 이상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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