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tvN ‘삼시세끼’에서 활약하던 배우 유해진이 1년 만에 영화 ‘럭키’로 돌아왔다. ‘극비수사’를 시작으로 ‘소수의견’, ‘베테랑’, ‘그놈이다’까지 지난해에만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무려 4편이다. 1년 간의 공백 기간 동안 유해진의 모습은 스크린보다는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었다. 유해진은 차승원과 ‘삼시세끼’에서 자연을 벗 삼아 소박한 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잠시 예능 프로그램으로 외도를 했지만, 유해진이 경력 20년차의 베테랑 배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럭키'에서 유해진은 원톱 주연을 맡으며 자신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럭키’는 유해진의 원맨쇼다. 코미디, 액션, 멜로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건 물론, 완벽주의 킬러에서 무명배우까지 역할의 폭도 넓다. 연기력을 뽐내기에 이만큼 좋은 환경은 없다.
지난 6일 서울 삼청로에서 만난 유해진은 자신의 연기보다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 했다. 다행히 시사회를 본 관객들이 예고편이 전부라는 반응을 보이진 않은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해진은 여러 배우들과 함께 주연을 맡았던 영화와 달리 혼자 극을 이끌어간 소감을 늘어놨다.
“다른 영화에서는 제가 가끔 등장해서 극에 포인트를 주는 역할이 많았어요. 그런데 ‘럭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끌고 가야 하니까 매 순간 포인트를 줄 수는 없었죠. 그래서 영화의 흐름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맡은 형욱이 기억 상실증에 걸려서 다른 인물로 살아가지만, 그래도 사람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기억만 바뀔 뿐이죠. 그렇다면 서서히 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죠.”
‘럭키’에 출연을 결심한 이야기를 하며 유해진은 “소소한 드라마라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지만, 화려하지도 않고 신파도 아니어서 더 좋았다는 얘기였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에 다수 출연한 유해진이지만, 그가 작품을 고르는 결정적인 기준은 ‘재미’였다. 아무리 흥행에 성공할 것 같아도 자신이 끌리지 않으면 쉽게 선택하지 않는단다.
“흥행보다는 제가 끌리는지 여부가 항상 우선이었어요. 제가 끌리지 않으면 때려죽여도 못해요. 배우는 자기가 좋아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부모님들이 '너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떠미는 경우는 없잖아요. 제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어서 그런지,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별로다 싶으면 못하겠어요. 먼저 읽어본 매니저가 계속 좋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나중에 흥행까지 잘 되면, 다행인 거죠.”
유해진이 데뷔한 건 지난 1997년이었다. 영화 ‘블랙잭’에 단역으로 출연한 뒤로 19년이 흘렀다. ‘배우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꾸준히 연기에 매진한 결과,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다. 유해진은 배우로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점점 즐거움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정말 즐겁게 웃었던 때로 가고 싶단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이가 든다는 건 달갑지 않아요. 주름이 하나 더 늘어나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즐거움이 없어지는 느낌이죠. 걱정할 일도 더 많아지고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즐겁게 웃었던 때로 가고 싶어요. 고등학교 시절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친구들과 데굴데굴 구르며 웃고 그러잖아요. 그렇게 웃어본 지가 정말 오래됐어요. 그런 웃음 때문에라도 과거가 그리워요.“
데뷔 이후 영화에 줄곧 매진했던 유해진이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등장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가 차승원과 함께 출연한 ‘삼시세끼’는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시즌3까지 방송됐다. 하지만 유해진은 ‘삼시세끼’에 대해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표현하며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사실 ‘삼시세끼’를 예능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지금도 예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반 다큐멘터리죠. 교육방송이 아닌 만큼 재미도 조금은 있어야 하겠지만, 그냥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지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시즌3까지 하게 될지도 몰랐어요. 나영석 PD도 저희에게는 뭔가를 강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차승원과 저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강요하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하거든요. 저희도 그냥 가만히 둔다고 해서 마냥 낮잠을 자진 못해요. 그래서 부담이 없진 않죠.”
‘럭키’에서 유해진이 소화한 장르는 다양하다. 액션, 멜로, 코미디, 일상 연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편한 장르로는 일상 연기를 꼽았다. ‘삼시세끼’에서 보여준 모습과 비슷해 보일 수 있겠다는 말에 유해진은 웃음의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시세끼’나 ‘럭키’나 저는 저예요.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웃음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제가 ‘럭키’에서 아재 개그를 하는 건 아니거든요. 말보다는 극 중 상황을 이용해서 웃음을 만들려고 했어요. 영화는 조금 달라야죠.”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