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경비원을 향한 막말과 도를 넘은 행동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조차 사회적 약자인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한 동국대 교수가 경비원에게 던진 막말이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동국대 교수는 한 여학생을 방에 데려다준다며 여학생 기숙사에 무단으로 침입했습니다. 그는 기숙사를 나가다 경비원과 맞닥뜨렸는데요.
경비원은 “이곳은 외부인 출입 통제 구역이다. 승인 없이 들어오면 안 된다"며 규정을 알려줬지만 돌아온 것은 모욕적인 언사였습니다.
교수는 그를 향해 “이 싸가지 없는 XX. 어디 선생한테 덤벼들어” “건방진 XX. 넌 때려도 개 값도 안 돼서 안 때려 이 XX야” “나이 처먹었으면 처먹은 값 해”라며 막말을 퍼부었죠.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치약’ 사태 당시에도 경비원을 향한 아파트 주민의 수준 이하의 행동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치약의 환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SNS에는 보는 눈을 의심케 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아버지가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을 하고 있다는 작성자는 “평소 주민들이 음식이나 물건을 나눠주지만 꼭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만 준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지는 설명은 더 충격적입니다.
그는 “어제 집에 왔더니 거실에 치약이 가득했다”며 “이런 물건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고개 숙였을 아버지 모습이 생각나서 더 기분이 나쁘고 불쾌하다. 못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해도 모자랄 유해한 치약을 ‘선물로’ 받아온 아버지의 모습에 자식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을 겁니다.
법도 이들의 편이 아닙니다. 아직 법원에서 경비원들의 휴식시간을 근무시간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비원들은 휴식시간이 근무시간과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초소 같은 근무지에서 앉아서 쉬다가도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에 대처해야 합니다.
일례로 지난 10일 근로복지공단은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 하루 15~16시간을 학교에서 근무하다 쓰러져 숨진 경비원에 대해 ‘산업재해보험 부지급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의 근로 계약서상에는 하루에 평일 4.5시간, 주말 6.5시간만 실제 근로한 것으로 표시됐기 때문입니다.
사법부는 정의와 인권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습니다. 이들마저 등을 돌린다면 사회적 약자는 어디에 기대야 할까요.
양승태 대법원장은 올해 시무식사에서 “차가운 머리는 따뜻한 가슴을 이길 수 없다”며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메마른 법률가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법부가 기계적 잣대만 들이대는 것이 아닌, ‘따뜻한’ 판결을 통해 각박해진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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