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심유철 기자]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개명 최서원·60)씨의 딸 정유라(20)씨의 각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들이 최경희 총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대 역사 사상 첫 교수 시위를 한 시간여 앞두고 최 총장은 사퇴를 발표했다.
19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이대 캠퍼스 본관 앞에서 이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안전보장과 재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검은 양복과 이화를 상징하는 녹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 백 여명의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이화 정신 안에서 느끼는 공동체적 유대감이야말로 이화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믿어왔다”며 “그러나 최근 두 달간 우리가 학교에서 목도한 일들은 우리의 이러한 믿음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 총장은 지난 7월30일 본관에 경찰을 투입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신성한 교육 현장에 1600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스승이 제자를 끌어내는 130년 이화의 역사에서 치욕적인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최 총장은 경찰을 부르는 대신 학생과 마주 앉아야 했다. 기자들 앞에서 학생들을 비난하는 대신, 상처받은 학생들을 위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씨의 특혜 의혹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비대위는 “정씨의 입학에 특혜가 있었고 연속적인 학사경고의 위기에 몰린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학칙까지 개정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연한 실수가 아닌 대학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는 폭거”라고 규정하고 “최 총장이 연관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비대위는 “이 사안에 교수들이 나서지 못해 정말 미안하고 앞으로는 교수들이 대신 싸울 것을 약속한다”며 “외롭게 싸워온 학생들의 희생이 너무 컸다”고 덧붙였다.
최 총장의 사퇴에 대해선 “우리가 요구해온 세 가지 안 중 하나만 받아들여졌을 뿐”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 공동회장 김혜숙 교수는 성명서 낭독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정씨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교수는 “지금까진 의혹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기 어렵다”며 “체육학과 내에는 학칙 소급적용의 경우 정씨 외에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재단에서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한다고 하니 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규명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이날 시위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학내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최 총장은 이날 ‘총장직을 사임하면서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난 7월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및 시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최근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며 어지러운 사태로 번져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최 총장은 정씨에 대한 특혜의혹에 대해선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해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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