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최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 미인 열망, 강남 성형외과 거리’에서는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한 모습을 보여줬다. 거리에는 줄지어 늘어선 성형외과와 충분히 아름다운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들,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의 부재와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미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여성끼리의 경쟁이 신화의 일부가 된 것도 여성을 서로 분열시키기 위해서였다. 여성이 젊고 처녀라면 ‘아름다운’ 것은 경험이 부족하고 성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이 나이 들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의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고, 그래서 여성의 세대 간 연결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나이 든 여성은 젊은 여성을 두려워하고 젊은 여성은 나이 든 여성을 두려워해, 아름다움의 신화에서는 젊은 여성이나 나이 든 여성이나 수명이 짧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급히 여성의 정체성이 ‘아름다움’에 근거해야 하는 것은 그래야 우리가 계속 외부의 승인에 취약한 상태가 되어 삶에 아주 중요한 자부심이라는 민감한 기관이 비바람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둘러싼 수많은 허구의 등장’ 중에서)
사회비평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성·인종 차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알리기 위해 28세 때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출간했다. 이 책은 아름다움을 이용하는 정치적·상업적 음모와 흠 없는 미인이라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정신적·신체적으로 파괴되어 가는 여성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성차별 문제를 정치적·경제적 속성과 연결해 왜 여성이 ‘아름다움의 신화(The Beauty Myth)’라는 사회적 덫에 빠져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지 그 고통스러운 메커니즘을 추적해 고발한다.
나오미 울프 지음 / 윤길순 옮김 / 김영사 /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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