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가려진 시간’ 가장 흔한 질문에 관한 아름답고 섬세한 답

[쿡리뷰] ‘가려진 시간’ 가장 흔한 질문에 관한 아름답고 섬세한 답

기사승인 2016-11-01 17:09:48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어느 날 시간이 멈춘다면. 누구나 한 번쯤 살아가며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사람들 각자의 답은 다르겠지만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은 이 흔한 질문에 결이 섬세하면서도 놀라운 한 타래의 이야기를 답으로 내놓는다.

어린 수린(신은수)은 새아빠(김희원)의 지방 부임으로 외딴 섬 화노도로 전학을 온다. 지난해 엄마가 돌아가셔서 외로운 수린은 모든 것이 버겁고, 다른 세계로 탈출하고만 싶다. 심령 현상과 오컬트에 매진하는 수린을 전학 간 학교의 아이들은 이상하게만 보지만 소년 성민(아역 이효제·어른 성민 강동원)은 다르다. 다섯 살 때 보육원에 버려진 성민은 수린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친구가 된다.

사건은 성민이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수린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며 시작된다. 산에서 일어난 사고로 소년들은 모두 행방불명이 되고, 수린만이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다. 화노도 어린이 실종사건으로 명명된 폭풍 속에서 수린은 홀로 고립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산 속에서 수린은 괴한을 만난다. 처음에는 놀라지만, 수린은 자신을 성민이라고 칭하는 사람에게서 열세 살 석민의 자취를 찾아낸다. 그러나 성민을 성민이라고 증명하기는 어렵기만 하다.

‘가려진 시간’은 독립영화 ‘잉투기’로 이름을 알린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 작품이다. 명랑만화 같던 ‘잉투기’의 자취는 ‘가려진 시간’ 속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시간이 멈춘 섬의 아름다운 모습과 섬세한 장면들로 가득 찬 미장센은 자체로 훌륭한 환상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자라버린 성민과 수린이 만나는 순간 현실의 관객들은 호흡까지 멈추게 될 것이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환타지라고 명명해야 옳지만, 군데군데 자리한 리얼리티는 픽션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두기에는 아깝다.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이고 이야기의 완성도도 훌륭하다.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는 그간 수많은 배우들에게 붙어 왔지만 강동원의 경우 ‘가려진 시간’으로 그 수식어에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될 듯 하다. 믿고 보는 얼굴, 혹은 연기력은 이미 강동원이 가진 것이지만 시나리오에 대한 공신력까지 생긴 것이다. 강동원이 선택한 시나리오라면 이야기에 대한 재미까지도 갖췄다는 일종의 믿음이다. 

300:1의 경쟁률을 뚫고 수린 역에 낙점된 신은수는 신선한 마스크와 더불어 풋풋함으로 이야기에 생기를 부여한다. ‘검은 사제들’에 이어 또다시 강동원의 아역을 소화하게 된 이효제는 덩달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가려진 시간’이 개봉 시기를 옮기면서 11월 개봉 예정인 다른 영화들이 모두 개봉 일자를 옮겨 화제가 됐다. 왜 그랬는지 ‘가려진 시간’을 보면 모든 관객들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16일 개봉.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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