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국민대학교 재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 국무총리 지명을 ‘면피용’으로 규정하고 내정자 김병준(62) 교수를 비판했다.
3일 12시 재학생들은 교내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각 참여 논의를 통해 박근혜 정권을 사실상 적극적으로 인정한 김 교수에 대해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의 면피성 총리임명에 반대하는 국민대 학생들’ 십여 명은 “2일 국민대 학생들은 ‘청와대가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내정했으며 김 교수가 새로운 총리 후보자’라는 당혹스러운 소식을 접했다”라며 “김 교수는 ‘일주일 전부터 논의했다’, ‘단순히 전화로 했겠느냐’라며 박 대통령과의 독대 사실을 전했고 사실상 총리직 임명을 수락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은 자랑스러울 수 없다. 이것은 명백한 면피성, 책임 회피성 총리 임명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주범인 청와대가 어찌하여 총리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며 “개혁을 위해 제거돼야 할 대상이 개혁을 외치는 황당한 모습에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아무리 총리 권한이 강화된다 해도 여당이 추천하고 정부가 임명한 총리는 비선실세들을 색출하고 파탄난 정치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재차 주장했다.
이들은 “청와대가 총리 교체라는 아주 작은 카드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 현 시국의 위기를 덮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현 정권은 그야말로 비리 정권, 반민주 정권, 가짜 정권”이라며 “박 대통령을 그대로 두고서는 ‘국정 쇄신’과 ‘정치 개혁’은 말의 성찬일 뿐이다. 박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변화는 시작될 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재학생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행정학과 김정엽 학생은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게 이번이 네 번째일 만큼 교수님을 존경해왔다. 교수님은 제가 국민대 행정정치학부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교수님이 무얼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실정한 정권의 총알받이가 돼, 온 나라 국민의 돌을 맞고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제학부 16학번 김성훈 학생은 “존경하지 못하는 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 4년 동안 우리는 인내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다”라며 “세월호 학생들의 목숨, 고 백남기 농민의 목숨은 저의 것이었을 수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대인으로서 김 교수님이 국민에게 지지와 신뢰를 잃은 정권의 총리가 돼, 박 대통령을 돕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 뒤 재학생 수백명이 참석한 ‘국민대인 시국 규탄 대회’가 열렸다.
국민대 제48대 총학생회는 이날 선언문을 통해 “최순실이라는 정부 인사심정도, 정치인도 아닌 한 이름이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기만적인 국정 운영의 실체에 우리 대학생뿐만 아니라 전 국민은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권의 작태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으며 우리 대학생들은 수많은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촉구했다.
2일 박 대통령은 최순실 파문 수습을 위해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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