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아이비 포켓은 가는 곳마다 혼란을 일으키는 열두 살 고아 하녀다.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끝에 1파운드만 손에 쥔 채 해고당한 그녀는 앞에 트리니티 공작부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아이비에게 500파운드라는 거액의 보수를 주겠다며 한 가지 임무를 제안한다. 공작부인 친구 손녀인 머틸다 버터필드에게 생일파티에서 다이아몬드를 건네기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이라는 꼬임에 넘어가 아이비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후 공작부인이 살해당하고 의문의 존재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등 이상한 일들이 아이비에게 일어난다.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기를 채우는 진동. 눈을 떠보니 죽음의 존재, 공작부인이 떠오르고 있었다. 우아하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광란이었다. 책상이 뒤집히고, 의자는 뒤쪽 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부인은 나를 향해 날아왔다. 겨울 새벽처럼 빛나며, 피로 얼룩진 잠옷을 펄럭이며. 부인은 곧 분노와 천둥이었다.” (p.158)
‘아이비 포켓만 아니면 돼’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한 외톨이 소녀가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가볍고 재밌게 풀어낸 성장소설이다.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며 끝없이 유혹하는 절대반지를 운반하는 ‘반지의 제왕’ 프로도처럼 이 세계로 통하는 문이자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가진 다이아몬드를 지키는 수호자로서 각종 사건과 모험을 거듭한다. 유쾌한 모습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비를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를 통해 목격할 수 있다.
케일럽 크리스프 지음 / 이원열 옮김 / 나무옆의자 / 1만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