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무역 우려 확산…투자업계 “글로벌 경기 회복세 주목”

트럼프 보호무역 우려 확산…투자업계 “글로벌 경기 회복세 주목”

기사승인 2016-11-10 17:14:30
[쿠키뉴스=홍석경 기자]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에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의 45대 대선에서 예상밖 선전으로 부동산 재벌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올라서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가 내건 주요 정책의 핵심은 ‘미국 최우선주의’와 ‘규제 축소’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다. 이는 현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정면대응하는 것으로 미국 중심의 경제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가시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도는 감소했고 안전자산 선호도 증가돼 엔화를 강세로 몰아 넣었다. 이에 따라 일본 니케이지수는 5% 넘게 급락했고 전일 클린턴 승리를 예견해 상승했던 멕시코 페소화도 크게 주저 앉았다. 미국 선물 시장 역시 3% 넘게 떨어졌고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2.3%, 3.9% 내려와 브렉시트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 업종별로 건설(-3.7%)과 기계(-3.9%), 비금속광물(-3.9%), 전기전자(-3.2%) 등 경기민감형 산업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투자업계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 쇼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반등 가능성도 염두해 두는 눈치다.  

‘트럼프 쇼크’ 국내증시 불확실성 깨고 반등여부 ‘주목’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를 거머쥐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단기적 정치적 불안과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이 가져오는 정치적 변동성이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추가 하락장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업계는 미국 대선 이후 추가적인 하락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경기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경기의 회복세 여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와 서비스업 지수는 지난 1분기 바닥을 친 후 꾸준하게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생산자 물가지수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들도 양호해 경기회복세는 더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증시에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독일은 독소비자신뢰지수와 기업들의 산업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달러 강세와 유로화 약세 지속됐을 때, 독일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이 소비 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주식시장에도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 증가율은 전달보다 0.5% 증가하면서, 연간 환산으로는 6%대 성장했다. 향후 미국의 소비 증가율이 3% 이상의 평균만 나와도 글로벌 소비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 증가율이기 때문에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투자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 됐지만 향후 극단적인 정책과 시나리오는 실제 발생확률이 극히 낮다는 점에 염두해 둬야 한다”며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다음달 금리인상 이슈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당선으로 한층 완화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이달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 오는 11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있지만,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번 미국 대선 결과로 향후 금리인상 강도가 높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금리인상 이슈에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수혜 업종별 ‘희비교차’…조선·방산株 VS 자동차·IT株

트럼프 쇼크로 업종별로는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업계는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을 기준으로 봤을때 조선·방산업과 자동차·통신업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주요공약으로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에 주둔 미군을 줄이고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아시아 동맹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축소된다면 전력 공백과 안보 위협이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의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비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방산업체는 유럽·미국 업체 대비 저평가된 상태다. 이익 성장성과 아시아 지역의 정치·군사적 불확실성 확대로 방산업체는 재조명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해상교역량 축소로 조선해운업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인프라 투자 강화가 산업재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힐러리가 밝힌 예산보다 2배 많은 5000억달러 이상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며 “관련 원자재 물류 증가와 고정자산 투자 증가에 따른 산업재 수요 증가도 동반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 트럼프의 정책은 유가 상승에 좀 더 무게두고 해양플랜트 발주 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예상했다.

반면에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가동할 경우 자동차주는 이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멕시코 등에 3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여기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기아차에는 악재다. 

그마나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모델이 K3하나에 그친 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더불어 올해부터 FTA 실시 영향으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내 수입관세 2.5%는 사라진 상황이다.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은 지난해 관세가 철폐되기 전 현대차 35%, 기아차 59% 수준이다.

고태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관세장벽의 부활이나 미국산에 대한 편향적인 보호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 비중과 멕시코 공장 유무로 판단 시 기아차보다는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IT업도 보호무역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가 IT산업에 대해 구체적인 방침을 제시한 적은 없지만 미국이 고용확대를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릴 경우 전 세계 IT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45%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이 현실화 될 경우 애플의 아이폰을 포함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 원가가 대폭 상승해 한국 IT 부품 업체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가전 업체들은 멕시코 생산 공장에서 TV 포함한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 중이므로 관세율이 높아질 경우 가전 부문의 수익성과 판매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최악의 경우 IT 기업들의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전 세계 업체들이 시장을 과점 중인 우리나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장기적인 악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sk8703@kukinews.com
홍석경 기자
hsk870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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