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예고 졸업생 연대 ‘탈선’, 문단 내 성폭력 폭로한 ‘고발자5’ 지지 성명 발표

고양예고 졸업생 연대 ‘탈선’, 문단 내 성폭력 폭로한 ‘고발자5’ 지지 성명 발표

기사승인 2016-11-11 19:26:56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피해자를 지지하기 위해 탄생된 연대 조직이 성명을 발표했다.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탈선'은 11일 오후 서울 남부순환로 서울약사신협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용제 시인의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고양예고 졸업생과 문인, 출판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탈선’의 오빛나리 대표는 “낮은 윤리의식을 가진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남성우월주의와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해자가 기성 문인이자 스승이라는 위계 권력과 문학과 예술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저지른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와 가해자의 긴 재직기간을 고려하면,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리가 그 목소리를 들을 것이고, 목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성폭력 피해자 '고발자5'는 SNS를 통해 고양예고 재학 당시 배용제 시인과 처음 만난 일을 서술하며 그가 휘두른 성폭력 사실을 처음 폭로했다. 이어 소설가 조헌용의 성폭력을 폭로한 '생존자C', 배용제가 학생, 학부모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HateB'가 등장했다.

피해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뭉친 고양예고 문창과 졸업생 107명을 주축으로 연대 ‘탈선’이 탄생됐다. ‘탈선’은 배용제가 자신의 성폭력을 정당화하며 “네가 문학에서 벽을 마주하는 이유는 틀을 깨지 못해서 그렇다. 탈선을 해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에서 인용한 이름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졸업생 중 일부는 자유 발언을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재학 중 강사로부터 “문학의 끝은 섹스”라는 발언을 들었다는 폭로도 등장했다. 개인의 윤리의식 문제가 아니라 대학 진학을 위해 강사들과 친분을 쌓아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오빛나리 대표는 “피해자의 의지와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피해자가 행동을 취하길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다가가는 건 피해자의 의지를 부정하는 것 같아 꺼려 진다. 잠재적 피해자는 분명히 있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 낼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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