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강동원을 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지만, 그 중 가장 큰 축은 순정만화적 판타지가 가미된 시선이다. 비정형적이면서도 한없이 잘생긴 얼굴이 가진 장점은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에서 극한으로 발휘된다. 열세 살의 어느 날, 자신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멈춘 시간 속에서 살아온 성민. 그리고 멈춘 시간 속에서 홀로 커버린 몸을 하고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열세 살의 시간으로 성민이 돌아갔을 때, 관객들은 강동원이 가진 환상을 스크린에서 직면하게 된다.
“사실 쉽게 출연을 결정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가려진 시간’ 출연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유는 본인의 나이 때문이다. 몸은 컸지만 아직도 정신이 어린 성민을 표현하는 것이 30대 중반의 강동원에게 가능할까, 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큰 의문이었다. “20대 후반만 됐어도 쉽게 했을 텐데,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적어도 ‘어린 척’을 해야 하는데 이게 나에게 맞는 역할인가? 하는 생각을 오래 했어요. 그런데 엄태화 감독님이 제게 믿음을 많이 주셨어요. 정확하게 생각하는 그림이 있으니 가 봅시다, 하고.”
실제로 ‘가려진 시간’에 강동원이 캐스팅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은 이미 소문난 일이다. 엄태화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강동원을 만나러 KTX에 몸을 싣기도 했다. 그렇지만 강동원은 ‘가려진 시간’ 이라고 해서 유독 고르는 시간을 많이 보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저는 원래 중요한 선택을 하기 전에는 시간을 굳이 더 보내요. ‘아,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도 며칠을 더 보내요. 상대방에게 하겠다고 먼저 얘기하지 않고, 머리를 식힌 다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그래도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제야 하겠다고 통보하는 스타일이죠. 왜냐면 제 인생에서 시나리오를 고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순간이거든요. 제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도, 막상 1년에 시나리오를 결정하는 것은 한 번이나 두 번, 많아야 세 번이에요. 관객들을 만나는 횟수도 같고요. 그러니까 신중해질 수 밖에 없죠.”
자연스레 시나리오를 보는 눈도 높아진다. 최근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등의 연타석 홈런을 치며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했다. 연기력과 외모뿐만 아닌, 시나리오 수준에 대한 수식어다. 강동원이 나오면 일단 재미는 보장한다는 이야기다. ‘검은 사제들’을 비롯해 ‘가려진 시간’도 영화의 소재 때문에 ‘비상업적’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강동원은 “일단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다면 소재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탄탄하면 그 자체로 상업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엉성하면 관객들은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하잖아요. 물론 ‘가려진 시간’은 관객층이 좁은 영화로 보일 수 있어서 경계를 하기야 했죠. 그렇지만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보면 전 세대가 공감할 만한 지점이 있어요. 물론 ‘초 대박 영화’라는 야심을 갖고 찍은 건 아니에요.(웃음) 그래도 영화의 타깃이 될 만한 관객층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강동원의 목표치는 얼마나 될까. “한 3, 400만? 그 정도만 되면 좋겠어요. 하하.” ‘가려진 시간’은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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