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성매매 쉼터의 아동·청소년 후견인제도 추진

성폭력·성매매 쉼터의 아동·청소년 후견인제도 추진

기사승인 2016-11-24 13:36:33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 A(14세)양은 친아버지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해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쉼터)에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2년 전 A양의 부모가 이혼하면서 친아버지가 친권 및 양육권을 갖게 되면서 A양은 아버지와 둘이 살아왔다. 아버지가 구속되자 A양을 키울 수 없었던 어머니는 A양에게 탄원서를 쓰도록 종용했다. A양이 제출한 탄원서 덕에 아버지는 2년의 집행유예와 특별교육수강 명령을 받고 석방됐다. A양은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를 피해 쉼터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이후 A양의 양육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한 정신과 입원진료, 치유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여행자보험 가입 등 어떠한 것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성폭력 상담 통계’에 의하면 2015년 친족(親族) 성폭력 피해를 상담한 아동·청소년(19세 미만)은 총 3875명이었다. 이 가운데 가해자가 부모나 형제자매인 경우가 47%(1803명)에 이른다.

반면 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친족간 성폭력이 사건화되어 처리된 건수는 2015년 521건에 불과하고 기소율은 48%(252건)정도였다. 친족 성폭력의 경우‘가족해체’를 막기 위한 가족들의 회유와 압박, 경제적 의존 때문에 고소하는 비율이 낮은데다 피해자들이 어렵게 고소를 해도 가족들의 강압에 굴복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합의서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성폭력·성매매 쉼터도 아동·청소년의 후견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호시설에 있는 미성년자의 후견 직무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정춘숙 의원은 “친족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할 나머지 가족에게서 오히려 비난이나 낙인 등 2차 피해를 당하거나 배척되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은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에게서 폭력피해를 당한 충격뿐 아니라 다른 가족에게서까지 등돌려지는 고통을 당한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3~2015년)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쉼터) 2016년 기준 전국에 있는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은 총 30개이며, 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년에서 연장까지 해 최장 4년까지 머물 수 있다.

입소자 809명 중,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55.8%로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13~18세 여성 청소년(48%) 대부분은 친족성폭력 피해자로 집에서 보호 받을 수 없어 쉼터로 피신한 상황이다. 

전국성폭력쉼터협의회 송미헌 대표는 “이들의 쉼터생활은 순탄치 않다. 병원 입원이나 핸드폰 개통,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통장개설 등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친권자인 아버지에게서 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 더욱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상황은 성매매 쉼터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성매매 청소년 지원시설’은 총 14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에만 332명이 이용했다. 이들 대부분도 가족들에게 보호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이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의 ‘가출 여자청소년 공간이용 및 폭력피해 실태조사’(2015.9.)에 따르면 가정밖 여자청소년 중 63.8%가 가정폭력 때문에 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돈이 필요해서(66.7%, 복수응답) ▲잘 곳이 없어서(46.2%) ▲배고파서(28.2%) 등으로 답했다.

가정밖 청소년들이 성매매로 유입되지 않게 하려면 일을 할 수 있도록 생계 보장 방안이 필요하지만 만 18세 미만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부모나 후견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해 동의해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은 성매수자의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보호시설에 있는 미성년자의 후견직무에 관한 법률’제3조에 따르면 보호시설의 장은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는 미성년자의 후견인이 될 수 있으나, 성폭력·성매매 보호시설(쉼터)은 제외되어 있다. 친권자에게서 외면당한 성폭력·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후견인으로 보호시설장을 지정해 법적 보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이다.

정춘숙 의원은 “쉼터에 들어온 청소년은 법적대리인이 없어 일상생활 및 구직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들이 기본생활을 유지하고 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쉼터 내 보호 및 후견인 역할을 법적으로 강화하려는 취지”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쉼터 내 폭력 피해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 자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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