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고전(classic)을 ‘고대 그리스 혹은 로마의 저작물’, ‘지속적인 탁월함을 가진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을 ‘사람들이 칭찬은 하면서도 읽지는 않는 책’이라고 정의했다. 식자들의 허영을 비꼰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1884년 발표한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트웨인은 책 첫머리에 붙인 ‘고지 사항’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이 이야기에서 무슨 동기를 찾으려는 독자는 고발당할 것이다. 교훈을 찾으려는 독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줄거리를 찾으려는 독자는 총에 맞을 것이다.”
저자 정시몬은 이런 트웨인의 정신에 십분 공감한다. 독자들의 눈을 어지럽히는 평론과 해석은 제쳐 두고, 고전 문학의 참맛을 조금씩이나마 직접 선보이려는 뜻에서 ‘세계문학 브런치’를 썼다.
“원래 프랑스어이기도 한 ennui는 흔히 권태(boredom)로 해석되지만, 무료함, 따분함보다는 삶에 대한 의지나 정열 자체가 식은 보다 심각한 정신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이 한번 여기에 빠지면 술, 마약, 도박 등의 보다 파멸적인 자극을 찾는 단계로 넘어가기 쉽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보들레르가 권태를 이토록 요주의 괴물로 묘사한 이유 역시 ‘교수대를 꿈꾸는’, 즉 인생을 한 방에 훅 가게 할 수 있는 파괴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선의 독자여,―내 동류,―내 형제여!”로 마무리되는 이 시 한 편에서 알 수 있듯이, 보들레르의 미덕은 무엇보다 그 솔직함과 화끈함에 있다. 시인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은 물론이요, 그렇게 하면서 독자에게도 어서 그 구질구질한 속내를 드러내고 발가벗으라고 다그친다. 보들레르의 시를 읽으면 마치 구정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온 듯한 느낌과 함께 역설적으로 그 구정물로 깨끗하게 ‘씻김굿’을 당한 듯한, 일종의 뒤틀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보들레르와 ‘악의 꽃’ 중에서)
저자는 자신의 문학적 취향이 마이너리티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널리 알려진 작품이나 베스트셀러보다는 숨은 진주를 찾아내어 감상하는 쪽이 훨씬 더 즐겁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문학 브런치’에는 세계문학의 ‘정전(正典)’이라 부를 만한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서양 문학의 원조라 불리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부터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품 추리 소설, 셰익스피어의 희극, 비극, 역사극, 카프카의 부조리 소설, 로버트 프로스트의 전원시까지 50여 작가들의 시, 소설, 희곡 작품 80여 편이 망라돼 있다. 저자는 이런 작품들이 소문난 맛집에 먹을 것도 많이 있는 경우라며, 독자들에게 문학의 별전(別典), 혹은 외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그 다음에 들여다봐도 늦지 않다고 권한다.
정시몬 지음 / 부키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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