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삼성 일가 위해 합병 찬성했을 경우 ISD 제소 우려

국민연금공단, 삼성 일가 위해 합병 찬성했을 경우 ISD 제소 우려

기사승인 2016-11-27 13:14:35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삼성 일가 때문에 찬성했을 경우 한미 FTA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윤소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의결권 행사 관련 검토’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합병에 찬성했을 경우 한미 FTA 위반으로 제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한 직후(2015년7월10일) 두 곳의 법무법인에 검토를 요청했고, 2015년8월7일자로 답변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이 검토를 요청한 주요 내용은 우선 투자위원회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전문위)로 안건을 회부하지 않고, 찬성 결정을 한 것에 대해 공단 내부 규정에 위반되는지, 또 투자위와 의결권 전문위가 상충되는 결정을 할 경우에는 어느 쪽의 의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의결권 전문위원회의 법적 지위는 어떠한지 등이다.

법무법인들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 내부기구인 투자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것이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전문위원회가 귀 공단 기금운용본부(투자위원회 등)의 결정과 다른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어느 결정이 우선하는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규정은 없고, 전문위원회는 기금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의 전문성 강화 및 독립성 확보 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에서 설치 됐던 바, 귀 공단이 전문위원회의 결정에 반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상당한 법률적·정치적·사회적 논란을 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은 미국계 펀드 엘리엇이 한미 FTA에 포함된 ISD(투자자-국가분쟁해결), 즉 투자자 국가 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공단 측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 투자위원회 구성원 또는 공단의 경영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되는지에 대해서도 검토를 요청했다.

미국계 펀드 엘리엇은 삼성물산 발행주식의 7.12%를 소유하고 있었고,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크게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등 계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법무법인 중 한 곳은 이에 대해 “공공자금인 국민연금기금의 운영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위탁 받은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는 곧 한미 FTA 제11장에 따라 ISD 제소대상이 되는 ‘조치’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곳은 관련성이 낮아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만약 제소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ISD 청구를 위해서는 투자자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는데 공단이 엘리엇을 비합리적으로 차별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손해배상 청구나 배임죄에 대해서도 성립 가능성은 낮게 보았다.

하지만 법무법인은 추가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가 주주가치 증대가 아니라 ELLOTT의 공격으로부터 삼성을 방어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증거로서 입증한다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불이익 대우로 한미 FTA에 위배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일가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국민연금은 ISD 제소라는 또 다른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국민연금공단에 수차례 문서를 발송했고, 2015년7월14일자로 보낸 문서에서 ‘본건 안건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전문위원회가 배제된 것이 문제이고, 귀 공단이 전문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 없이 본건 안건에 찬성 투표를 한 경우 및 귀 공단이 찬성하지 않는다면 본건 안건이 승인되지 않을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귀 공단이 본건 안건에 찬성함으로 인해 본건 안건이 승인된 경우에는, 투자위원회 위원, CIO와 귀 공단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정보공개청구 및 기타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성 내용을 적시한 바 있다.

윤소하 의원은 “이와 같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 철저히 검토했어야 한다. 논란이 커지니까 사후에 법률자문을 받았다. 이 자체가 국민연금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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