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막은 노무현 탄핵, 국민이 추진한 박근혜 탄핵

국민이 막은 노무현 탄핵, 국민이 추진한 박근혜 탄핵

삐걱거리는 朴 대통령 탄핵정국… 노 전 대통령 때와 다르다

기사승인 2016-12-01 18:31:39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여당 비주류 의원들의 입장 선회와 야3당의 ‘정도 차이’로 삐걱거리고 있다. 이들 모두 박 대통령의 퇴진에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에서 쉽사리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빠르면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됐던 탄핵이 난관에 봉착했다. 탄핵심판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4월30일 자진사퇴’로 입장을 선회했고, 국민의당은 ‘2일 탄핵 불가론’을 내세워, 사실상 탄핵 소추안 표결 마지노선인 9일을 기점으로 심판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 배수진을 친 이때를 넘기면 탄핵정국은 탄력을 잃을 것이 자명하다.

이틀 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이로 인해 국회 각 당의 이권대립을 부추겼을 뿐 아니라 “나름의 해명을 했다”는 면책권 또한 쥐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던진 ‘협상 떡밥’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야3당 회동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났는데 여당 의원들은 더 이상 탄핵을 언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라고 전해 들었다”라면서 이들의 입장 선회에 날 선 비판을 했다.

탄핵심판은 여당 비주류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 탄핵 표결에서 야3당이 합심해도 국회 본회의에서 제적의원 3분의 2(200명)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탄핵정국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빗대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신의 한수’로 국회 탄핵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지만, 온·오프라인에서 들끓던 민심은 외려 기름을 부은 듯 더욱 강하게 타오르고 있다. 특히 현 탄핵 심판을 2004년과 비교하는 데에는 ‘물타기’라며 강한 분노를 표출한다.

국민이 막은 노무현 탄핵, 국민이 추진한 박근혜 탄핵

대통령 탄핵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3월12일, 제256회 임시국회에서 유용태·홍사덕 의원 외 157명이 발의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재적 271명 중 193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법률 위반은 일부 인정되지만 대통령을 그만두게 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할 수 없다”며 최종 기각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이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가 직무대행을 맡게 되는데, 이후 소추안은 검사 역할을 하게 될 국회 소추위원(현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을 거쳐 헌법재판소에 제출된다. 여기에 헌재는 주심을 배정하고, 본격적으로 탄핵심판 심리에 들어간다.

박근혜 대통령의 피의사실 혐의는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강요, 제3자뇌물수수 등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동정범으로 입건된 상태다.

이번 탄핵심판의 경우 뇌물죄 등의 검찰조사나 재판과 같은 ‘사실 확인’이 필요할 수 있어, 2004년 노 전 대통령 당시보다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국회 본회의 통과일인 2004년 3월12일부터 헌재 최종 선고일인 5월14일까지 총 63일이 걸렸다.

당시 여론은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전형적인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04년 3월12일을 ‘국회가 죽은 날’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미디어 리서치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추안 통과 직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65.2%가 반대했고, 30.9%가 찬성했다. (조사기간 2004년 3월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95% 신뢰수준에서 3.1%p) 소추안 가결 후 약 2달여 동안 노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지만, 광화문에는 ‘탄핵 무효 민주 수호’의 촛불이 들불처럼 번졌다.

그러나 현 상황은 다르다. 광화문에서 외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국민 지지율은 4%, 20-30대 지지율은 0%에 한없이 수렴 중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탄핵에 78.4%가 찬성입장을 보였다. ‘매우 반대’는 단 6%에 불과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와 현재 상황은 큰 차이가 있다. 2004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부정부패, 뇌물수수, 국가에 해악을 끼친 것이 명백한가 등을 탄핵의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는)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측근들의 증언과 증거 등을 볼 때, 국가공동체에 끼친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당은 이번 탄핵심판의 ‘키’를 쥐고 있다. 그러나 만약 탄핵 소추안이 여당의 비협조로 국회 본회의에 입성하지 못한다면, 다른 의미에서 2004년 ‘선거 참패’를 다시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당은 2004년과 2016년, 각각 탄핵에 대해 ‘찬성’과 ‘반대’표를 던졌지만, 민심은 늘 반대로 달리고 있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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