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인의 밥상’

[신간] ‘시인의 밥상’

기사승인 2016-12-02 16:14:01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시인의 밥상‘은 ’지리산 행복학교‘ 이후 지리산으로의 발걸음을 끊었던 저자가 다시 매달 그곳으로 가 박남준 시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며 나눴던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시인은 한 사람은 돈을 받으라고 하고 한 사람은 돈을 안 받겠다며 전주 시내에서 추격전을 벌이던 ‘장뻘’ 식당 주인아주머니와의 이야기, 2012년 선거에서 진 다음 날 경남의 한 고등학교로 강연을 가야만 했던 그리고 결국 어린 학생들 앞에서 두 번이나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 등을 저자에게 늘어놓는다.

““시인님, 오늘 강연 잘 들었습니다. 우리 이제 2년 있으면 선거권 나와요. 오늘 시인님을 보고 많이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결코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투표 잘할 테니 이제 울지 마세요.” 학생의 말은 진지했다고 한다. 듣고 있던 학생들도 고요했다. 그러자 그의 말을 다 듣던 버들치 시인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다시 울기 시작했다. 경상도 학생들이 너무 고맙고 예뻐서였다. 그렇게 두 번의 울음으로 그 강연은 끝났다고 했다. 이 슬픈 말을 들으며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세상에 그 학생들은 버들치를, 그가 두 번이나 엉엉 운 강연을 잊을 수 있을까? 아마 평생 못 잊을 것이다. 그건 아마도 진심의 힘이었을 것이다. 어떤 시보다 명징한 언어인 진심 말이다.” (p.130)

‘시인의 밥상’에는 시인이 차려내는 소박한 스물네 가지 음식과 그 음식을 맛보며 써낸 작가의 담백한 글이 담겨있다. 음식도 만든 사람의 성정을 닮듯, 시인의 음식과 작가의 글에서 소박하고 욕심 없는 사람들이 풍기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1만4000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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