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의 진일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가출청소년이나 불량배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어린 아이의 휴대전화를 훔치고,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무전취식을 일삼지만 그것은 비를 가려줄 그늘 없이 거친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의 방어기제에 가깝다. 진일을 연기한 배우 최민호가 샤이니의 민호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가 스크린에서 보이는 처연미가 더 놀랍게 느껴질 것이다.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항상 조명 아래에 있는 아이돌 민호는 왜, 어떻게 진일이 되었을까.
“제가 진일을 표현하면 어떻게 스크린에 비추어질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어요.” 최근 ‘두 남자’ 개봉 직후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호의 말이다. 가출 청소년이라는 진일의 캐릭터 자체가 그간 샤이니 속 민호, 혹은 배우 최민호가 대중에게 보여줘 왔던 이미지와는 극단을 달린다. 계속해서 멋지고, 사랑받고, 혹은 철이 없는 역할을 해왔지만 최민호 본인은 스스로가 변신했을 때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어릴 때 다들 한 번쯤은 가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불량한 진일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도 좋았죠. 저는 너무 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오히려 제게 이 역할을 시켜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까지 했을 정도예요. 그래서 혼자 계획까지 세웠어요. ‘만약에 안 시켜주면 플랜 A를 발동하자!’ 하는 식으로 플랜 A부터 D까지 짰죠. 결과는 플랜 A도 가동시킬 필요가 없었어요. 흔쾌히 OK를 받았죠.”
떼를 쓸 각오까지 하고 마주한 진일. 막상 진일을 접하게 되니 최민호는 신기하거나 새롭다기보다는 무서웠다고 말했다. 아프고 힘든 진일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간 행복하게 살아온 최민호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도 많았고, 진일이 안타깝고 불쌍했다. 나중에는 진일을 연기하며 최민호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가게 됐다. “밝은 캐릭터와 진일 같은 캐릭터 중 어느 쪽이 좋으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그런데 저는 어떤 캐릭터가 좋다고 표현하기는 좀 그래요. 진일은 새롭고 얻을 게 많은 아이였지만 반면 무섭고 불안하기도 했거든요. 밝고 편안한 캐릭터는 제게 잘 맞는다, 정도로 해요.”
진일을 연기하며 최민호가 세운 가장 큰 목표는 ‘어색해하지 말아야 한다’였다. 극중에서 욕도 하고 ‘삥’도 뜯고, 담배도 피운다. 최민호에겐 너무 큰 변화였지만 원래 담배를 피우던 사람처럼, 욕이 없으면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제가 생각해도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은 정말 좋았죠. 자연스럽게 스크린에서 담배를 피우는 제 모습이 머리에 남았어요."
‘두 남자’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최민호의 눈빛일 것이다. 스포일러성이 짙어 어떤 장면인지 서술하기는 어렵지만, ‘두 남자’의 한 스태프는 해당 장면이 실제 상황인지 최민호에게 되물었을 정도로 깊은 감정이 담겼다. “당연히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그 때 느낌이 묘했어요. 그 전 장면을 찍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마지막 장면을 찍었는데 흡사 정말 제가 그 상황인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장면을 찍으며 바닥에 누웠는데, 죽을 고비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영화를 찍던 생각들이 들면서 감정이 올라왔어요. 진일이 무섭다고 느낀 지점도 그 지점이에요. 눕고 나자 진일에게 공감하게 됐고, 감정이 너무 많이 올라와서 몸이 떨리더라고요. 감독님도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타이트한 화면으로 잡아주셨어요. 더 많은 각도로 담을 수도 있었는데, 그 순간이 그렇게 엔딩이 됐어요. 찍은 후에도 스스로가 좀 무서워서 덜덜 떨었어요. 그 때 들었던 공포감 때문에 모니터링도 하지 못했어요.”
비로소 ‘연기의 맛’을 알게 된 최민호다. 이후에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으냐고 묻자 “아직은 그런 것을 고를 단계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고를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굳이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아니면 못 하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 그리고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요. ‘두 남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또 다른 모습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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