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경쟁 코드로 ‘컬러’가 떠올랐다. 성능 중심의 ‘스펙’ 경쟁에서 감성 마케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배경에는 제조사의 복잡한 속내가 깔려 있다.
◇ 삼성, ‘노트7’ 공백에 색상 다변화
최근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삼성전자는 지난 8일 ‘갤럭시 S7 엣지’에 ‘블랙펄’ 색상을 추가했다. 지난달 ‘블루코랄’ 출시에 이어 ‘블랙 오닉스’, ‘실버 티타늄’, ‘골드 플래티넘’, ‘화이트 펄’, ‘핑크골드’, ‘핑크블로섬(S7)’, ‘블루코랄(S7 엣지)’, ‘블랙펄(S7 엣지)’ 등 총 8종의 색상 라인업을 구축했다.
갤럭시 S7 엣지 블랙펄은 갤럭시 노트7 리콜·판매중단으로 공백이 생긴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방어를 위한 모델이다. 메모리 128GB 대용량 모델 전용인 만큼, 하이엔드 제품 수요를 주된 공략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306만대에 달하는 갤럭시 노트7의 리콜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색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아틀라스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 S7 시리즈는 블루코랄 모델 출시 이후 하루 평균 1만5000여 대를 팔아치우며 국내 판매 스마트폰 1위를 되찾았다. 블루코랄이 추가 이전에 비해 일평균 5000대 가량 증가한 것으로 컬러 마케팅이 유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색상 추가는 전반적인 공정 변화 없이 최소 비용으로 디자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편이다. 최대 경쟁자인 ‘아이폰 7’이 전작 ‘아이폰 6S’ 시리즈와 거의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하고도 ‘제트블랙’ 색상을 추가해 선전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 성능 경쟁 한계 달한 프리미엄 시장
갤럭시 S7 엣지 블랙펄 출시는 아이폰 7 소비자의 절반가량이 선택한 제트블랙 모델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능 경쟁이 한계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양대 강자로 꼽히는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시리즈를 비교해보면 점차 서로를 닮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는 과거 ‘옴니아’ 시리즈에서 약점으로 꼽혔던 감압식 터치 방식을 버리고 갤럭시에 아이폰과 같은 정전식 터치를 적용했다. 이후 디자인과 패키징에서 호평을 받은 아이폰의 장점을 빠르게 따라갔다.
메탈 바디, 일체형 배터리 등을 차용해 아이폰과의 제품 두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했으며, 내년 출시될 ‘갤럭시 S8’은 아이폰 7과 같이 기존 이어폰 단자를 버리고 터치식 홈버튼을 적용할 전망이다.
아이폰 역시 갤럭시 시리즈의 대용량 메모리와 배터리 등을 따라잡고 있으며 LG ‘G5’가 가장 먼저 선보인 듀얼 카메라 기능도 차용했다. 내년 ‘아이폰 8’에서는 처음으로 OLED(유기발광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 ‘감성 마케팅’ 확대의 서막
이처럼 프리미엄 제품들이 서로 닮아가는 가운데 디자인 차별화는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꼽힌다.
컬러 마케팅의 선두주자는 애플이다. 지난해 아이폰 6S에 핑크빛 ‘로즈골드’ 색상을 선보여 삼성전자 갤럭시 S7 시리즈 ‘핑크골드’ 탄생에 영향을 미쳤고 이번에도 블랙 색상 바람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도 블랙, 핑크 모델을 선보인 바 있지만 당시 아이폰의 메탈 바디에 적용된 은은한 색감이 큰 반향을 이끌었다. 인터넷상에서는 내년 아이폰 8에 ‘레드’ 색상이 추가될 것이라는 예상도 돌고 있다.
과거 2011년 삼성전자의 흥행 모델인 ‘갤럭시 S2’까지만 해도 블랙 단일 색상으로 출시되고 화이트, 핑크 모델이 추가된 데 그친 반면, 갤럭시 S7 시리즈의 색상이 8종까지 늘어난 것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상향평준화 된 성능보다 디자인 만족도에 쏠린 결과다.
이를 반증하듯 삼성전자는 갤럭시 S7 시리즈의 각 색상을 주제로 일상 속 순간들을 일러스트로 담아낸 ‘갤럭시S7 컬러풀 모먼트’라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읽어낸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등에서 알 수 있듯 성숙 단계에 접어든 시장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판매에 중요한 요소가 되며 간단하게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컬러 마케팅 등은 장기적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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