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의 이슈체크] 청와대 비아그라 구입, 고산병 치료 목적?…풀리지 않는 의혹

[장기자의 이슈체크] 청와대 비아그라 구입, 고산병 치료 목적?…풀리지 않는 의혹

기사승인 2016-12-12 18:07:51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청와대가 지난해 말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 60정을 비롯해 남성 발기 부전 치료제를 대량 구입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이날 하루 종일 비아그라가 오르고, SNS 상에는 각종 풍자 글이 나돌고 있는데요. 이후 청와대가 고산병 치료제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다는 해명을 하면서, 비아그라에 대한 관심이 더 늘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체크를 통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요즘 비아그라가 화제죠. 말씀하신 것처럼, 청와대에서 고산병 치료제로 대량 구입을 했다는 해명이 나온 후, 논란이 더 확산되고 있는데요. 장윤형 기자, 청와대가 구입한 건 비아그라 뿐만이 아니에요. 여러 가지 많은 의약품들을 구매했다죠? 

장윤형 기자 > 그렇습니다. 청와대는 2014년 이후 백옥주사, 태반주사, 비타민 주사 등 각종 주사제 14종 1500개가량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고요. 그런 주사제 외에도 국정 운영에 꼭 필요한 지 여부가 불분명한 의약품들도 다수 구매했는데요. 더불어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청와대 의약품 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총 764건의 의약품을 구매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어떤 의약품들을 구매한 건가요?

장윤형 기자 > 태반주사인 라이넥과 멜스몬,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 마늘주사인 푸르설타민과 백옥주사인 루치온을 구매했고요. 타미풀, 삐콤헥사 같은 비타민 주사약, 무기질제제 주사약 셀레나제티프로. 단백질아미노산 주사인 크레타민 등 영양주사입니다. 이들 주사제는 피로 해소나 피부 미용 등의 용도로 쓰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주사제 이름도 어렵네요. 아마 일반 사람들은 모르는 주사제가 대부분일 것 같은데요.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주사야 그렇다 쳐도, 박 대통령과 상관없어 보이는 의약품도 다수 구매했다던데. 그건 또 어떤 의약품들인가요? 

장윤형 기자 > 시중에서 전립선 비대증이나 탈모 치료제로 팔리는 프로스카정과 대표적인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정. 또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인 팔팔정도 구입했습니다. 금연 보조제인 니코틴엘 금연 패치와 껌도 구매 목록에 올라 있고요. 우황청심환과 고려은단 비타민씨정을 대거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무좀 치료제, 구충제, 여성 호르몬제와 감기약, 변비약 등의 약품도 다수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어쩜 저렇게 많은 약을 구매한 건지. 청와대가 동네 약국 같네요. 그리고 그 여러 약 중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약이 바로 비아그라에요. 국민들 사이에서 비아그라 구매 사실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에서 해명을 내놓았죠?

장윤형 기자 >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아프리카 순방에 대비해 고산병 치료제로 쓰기 위해 구입했지만, 실제로 한 번도 쓰지 않아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명했는데요. 별도의 고산병 치료제가 있는데도 굳이 비아그라를 샀다는 점에서 볼 때,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게요. 누가 들어도 한 번에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을 제대로 된 해명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싶네요. 이 비아그라라는 약에 대해 좀 알아보죠. 어떤 약인가요?

장윤형 기자 > 비아그라는 말초 혈관을 확장시키고, 확장된 혈관에 피가 몰려 발기하게 만드는 약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것처럼, 남성 발기 부전의 대표 치료제죠. 치료보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의약품을 해피 드럭이라고 하는데, 비아그라는 그 대표적인 해피 드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처음부터 발기 부전 치료제로 개발된 약인가요?

장윤형 기자 > 비아그라는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처음 출시됐는데요. 하지만 효능이 기존 약에 비해 떨어져 중단 위기에 처했고, 예상치 못한 발기 부전 치료 효과를 나타냄으로써 인기를 얻게 된 약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우리나라에서 비아그라 판매가 허가된 지, 꽤 됐죠?

장윤형 기자 > 네. 1996년 특허를 취득했고, 1998년 미국 식품 의약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첫 발기 부전 치료제가 출시되었죠. 비아그라는 1998년 출시 이후 2013년 기준 약 19억 정이 판매됐고요. 심혈 관계 부작용 때문에 의사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지만, 수요가 많아 짝퉁과 암거래까지 성행할 정도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 안할 수 없어요.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이라도 부작용을 가지고 있잖아요. 발기 부전을 치료하는 비아그라 역시 부작용이 있을 텐데요.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장윤형 기자 > 발기 부전 치료제의 흔한 부작용은 두통, 어지럼증, 안면 홍조 등인데요. 비아그라는 식품 의약품 안전처가 정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입니다. 심장과 떨어져 있는 팔과 다리 등 몸의 말단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인 말초 혈관에서 혈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발기를 지속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이때 혈관을 확장시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심부전 환자나 협심증을 유발하는 관상동맥 질환자 등 심혈관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혈류량이 갑자기 늘면 급성 심정지나 부정맥 등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 부분 꼭 알아두셔야겠네요. 그리고 청와대에서는 비아그라 외에 다른 발기 부전 치료제도 사들였다고 하는데요. 비아그라 외에 또 어떤 발기 부전 치료제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장윤형 기자 > 국내에는 총 6종류의 발기 부전 치료제가 있습니다. 2003년 시알리스와 레비트라에 이어, 2005년 국내에서 개발된 자이데나, 그리고 2007년 필름형으로 녹여 먹는 엠빅스와 2011년 최단시간 내 약효가 발동되는 제피드가 있는데요. 이들 의약품은 모두 성분이 달라, 다른 약으로 분류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중 대표적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바로 비아그라 인거죠? 

장윤형 기자 >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입니다. 시알리스는 출시와 함께 36시간 지속 효과를 앞세워 비아그라를 바짝 추격했는데요. 비아그라의 약효 지속시간은 4시간이지만, 비아그라는 30분 전 복용하면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장점이 있고요. 비아그라는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시알리스는 용량에 따라 필요할 때 복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매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방식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리고 의문이 제기되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비아그라가 여성에게 처방되는 경우도 있는지 에요. 아무래도 대통령이 여성이다 보니, 이런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장윤형 기자, 어떤가요? 여성에게 처방되는 경우도 있나요? 

장윤형 기자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아그라는 여성에게 처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궁막이 너무 얇아 생기는 불임의 경우, 비아그라를 투여하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수정란 착상과 임신 성공률이 각각 29%, 45% 더 높았다는 미국 셰어 생식 의학 연구소의 보고가 있기 때문이죠. 또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시차 부적응에도 비아그라가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가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불임 여성에게 투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그 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처방인데요. 그러니까 원래의 목적대로는 여성에게 쓰일 수 없다는 거죠? 

장윤형 기자 > 그럼요. 비아그라는 음경 혈관이라는 남성의 신체 기관의 작용에 특화해서 개발된 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신체 기관이 없는 여성은 복용해도 성기능에 도움을 받을 수 없죠. 여성에게 발기 부전이라는 질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산병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어요. 청와대는 비아그라 구입에 대해, 고산병 치료를 목적으로 구매했다고 밝혔는데요. 그 고산병은 어떤 병인지 알려주세요. 

장윤형 기자 > 고산병이란,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기압이 낮아져 발생하는 병적 증세를 뜻하는데요. 높은 산에서는 공기 속의 산소 분압이 감소하기 때문에 불쾌감이나 피로감이 몰려오고요. 또 두통, 식욕 부진, 구토 따위 증세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번에는 정말 궁금한 점이에요. 장윤형 기자, 비아그라가 진짜 고산병 치료제로 쓰이나요?

장윤형 기자 > 그렇긴 합니다. 고산병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주요 약성분은 아세타졸아미드, 덱사메타손, 타달라필, 실데나필인데요. 그 중 실데나필 성분으로 만들어진 대표적 제품이 비아그라와 팔팔정이거든요. 하지만 의약계에서는 고산병 증상에 쓰는 우선 작용제로, 아세타졸아미드를 꼽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고산병 증세를 예방하고 다루는 데 추천하는 약품 정보에서, 다양한 증세에 가장 우선적으로 아세타졸아미드 성분 약제를 제시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아세타졸아미드성분으로 된 약과 실데나필로 된 비아그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장윤형 기자 > 국내의 한 제약사에서 그 성분으로 된 제품 아세타졸 정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식약처에 등록된 이 약의 가격은 한 정 250mg당 147원으로, 하루 최대 복용량인 500mg을 최장 기간인 3일간 처방 받는다고 해도, 의료보험 적용 전 가격은 882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비급여 약품인 비아그라의 시중 판매가는 한 정 50mg당 8,000원에서 10,000원 정도로 책정돼 있는데요. 만약 아세타졸정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만큼 복용하려면 최소 12만 원이 듭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정리하면, 현재 시중에는 비아그라보다 훨씬 싼 데다 효과도 좋은 고산병 치료약이 판매되고 있는 건데요. 왜 청와대는 굳이 바이그라를 구매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번에 비아그라 구매가 논란이 되면서, 비아그라가 오히려 고산병을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나왔어요. 사실인가요. 

장윤형 기자 > 네. 2011년 6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아그라가 고산병 증세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명승권 교수가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관심을 모은 아래 논문이 그것인데요. 명승권 교수는 비아그라가 고산병을 악화시킨다는 임상 실험 결과가 있어,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권장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어떤 논문인가요? 

장윤형 기자 > 영국 뉴캐슬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2011년 발표한 논문인데요.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이 고산병 증세에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악화시킨다면서, 고산병 예방을 위해 실데나필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청와대가 고산병 예방을 위해 샀다는 해명과는 정반대의 결론인 건데요. 그럼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효과 있다는 연구 결과는 전혀 없는 건가요?  

장윤형 기자 > 있긴 합니다. 최근 연구에 훨씬 앞서 2005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인데요. 이 당시 실험대상은 12명에 불과했죠. 종합하자면,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제로 흔히 처방되고 쓰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가이드라인에는 고산병에 비아그라를 쓸 수 있다고 적혀있고요. 결국 비아그라 처방과 구입만으로 청와대를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논란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아프리카 3국 순방에 비아그라와 팔팔정 구매가 꼭 필요했는지에요. 원래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면 그런 의약품을 구매하나요?  

장윤형 기자 > 그 아프리카 3국은 아프리카 내에서 해발 고도가 높은 국가인 것은 맞습니다. 에디오피아의 해발 고도는 2355m, 케나는 1676m, 우간다는 1150m이니까요. 하지만 평야와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는 아프리카라는 점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를 때 우리가 비아그라를 먹지는 않잖아요. 대청봉의 해발 고도는 1708m로, 그 아프리카 3국과 비슷한 수준인데 말이죠. 또 2005년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 학회지에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밝힌 연구 논문의 실험 기준은 해발 4350m였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석연치 않은 점이 참 많아요. 그럼 그런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비아그라를 처방하는 의사들은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장윤형 기자 > 고산병 전문 치료제도 아니고 부작용도 있다는 비아그라를 대량 구입한 게 이상하다는 의사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강남의 한 피부과 원장의 SNS를 보면, 청와대에서 구입한 약품목록을 제대로 봤으면 좋겠는데. 비아그라를 고산병 치료용도로 구입했다면 그보다 더 고산병에 중요한 아세타졸아마이드 제제와 덱사메타존 및 씨오필린 그리고 압력조절해주는 가모백까지 구입해야 상식적인데. 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일반 의사들도 청와대의 해명에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요. 이런 결과를 보면, 청와대 의료진이 이 정도의 의학 지식이 없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 그리고 청와대에 바이그라는 누가 처방해주었나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분명 처방자가 있을 텐데요. 

장윤형 기자 > 비아그라 등 실데나필 성분의 발기 부전 치료제는 전문 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해 주어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비아그라 60정과 팔팔정 304정을 구입했고요. 다만 청와대는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구매했으며,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2대 주치의 출신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비아그라 등 청와대 의약품 구매는 자신과 무관하다며 선 긋기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로 예정된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는 박근혜 대통령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진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비아그라, 팔팔정 등의 청와대 의약품 구매 목적 및 사용처가 청문회에서 밝혀질지 주목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청와대는 미용과 노화 방지 주사제는 물론이고 비아그라와 국소 마취용 크림, 전신 마취제, 불면증 환자 수면제 등을 사들이는 데는 예산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온갖 의약품들을 사들었지만, 확실한 해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보다 구체적인 해명과 적극적인 수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슈체크,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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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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