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4명이 27일 탈당을 공식화했습니다. 역사상 첫 보수 정당 분당이 성사된 된 셈인데요.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의원 31명과 동참 의사를 밝힌 3명까지 총 34명이 가칭 보수신당을 차린다고 합니다.
이들은 탈당결의문에서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길을 모으고자 새로운 길에 뜻을 모았다.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킨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새 출발을 하기로 다짐했다”고 밝혔습니다.
비박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은 ‘배반’보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에 가깝습니다. 보수정치를 자처해 온 새누리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인 태도는 발칙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껏 움켜쥐었던 모래알 같은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박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을 비판하기보다는 감싸기에 급급했습니다. 입단속을 위한 얄팍한 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당 개혁의 가능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작금의 상황에 그간 주류의 눈 밖에 났던 비박계 의원들이 불편한 동거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들은 탈당결의문에서 “탈당이라는 표현보다는 분당이라는 표현이 맞다. 27일을 분당 시점으로 잡았다”며 “개혁적 보수 정치의 미래를 위해 어떠한 고난도 마다 않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주호영·정병국 의원을 준비위원장으로 세우겠다면서 “오늘 31명이 동의했지만,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 중에도 뜻을 함께한다고 분명히 밝힌 분이 있다. 오늘까지 확인된 숫자는 총 35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명을 훌쩍 넘는 탈당 결집력을 보여준 셈인데, 향후 여권의 재개편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친박’뿐 아니라 ‘친문’까지 패권 정치로 들먹인 점입니다. 이들은 “친박·친문 패권 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진짜 보수 정치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면서 대선을 염두에 둔 다짐도 결의문에 넣었습니다.
탈당 의원들이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합류를 강력히 추진 중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대표 탈당파인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탈당한 의원들 중 반 총장과 상당부분 소통을 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 우리들끼리 내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황 의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보수신당에 합류할 거라 예고했죠.
반 총장이 귀국할 예정인 내년 1월을 전후해 신당 합류가 성사될 경우,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가 탈당이 이뤄져 의원 38명을 보유한 국민의당을 제치고 제3당 위치까지 넘볼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돌고 있습니다.
실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계획이 마냥 꿈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 의원과 김 의원을 중심으로 TK(대구·경북)·경남 의원을 끌어 모으고, 반 총장·오세훈 전 시장·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충청 인재 영입을 순탄히 해낸다면 차후 대선에서 보수층 패권을 쥐고 흔들어볼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올바른 보수가치 창출’ 내지는 ‘개혁적 보수 정치의 미래’인지는 의문입니다. 허허벌판으로 나가 마땅히 싸워 나가겠다는 이들의 이면에 이미 충분한 자원과 인력이 보장돼있습니다. 친박·친문과 같이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정치를 ‘패권’이라 칭했지만 이미 ‘친반’색이 눈에 띄게 돋보입니다. 이들이 머리말에 내세운 ‘패권정치 타파’가 새로운 바람일지, 아니면 ‘수구폐쇄’의 또 다른 이름일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 어찌됐든 이들은 반드시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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