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앞으로 100년 이상 갈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마인드로 변신하고 있다”
국내 3위 케이블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딜라이브의 변신을 이끌고 있는 전용주 대표는 유료방송 업계의 미래를 세계 시장에서 찾고 있었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기업 매각을 추진하던 씨앤앰은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IPTV 등의 공세로 가입자 수도 감소세에 있었다. 이에 지난해 말 부임한 전용주 대표는 올해 4월 딜라이브로 사명을 변경하고 재도약을 준비했다.
새로운 출발에 대해 전 대표는 “가장 큰 방향 전환은 이전 상호 ‘씨앤앰(Cable & More)’의 제한적인 기업 이미지였다. 더 이상 케이블 사업에 머물지 말자는 게 변화의 시발점”이라며 “케이블 사업방식의 고정관념, 기업문화 등이 20여 년 동안 독점 시대를 거쳐 결국 위기에 적응 못하는 혼란의 시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직을 맡았을 당시 상황을 “기업 전반은 위축돼 있고 노사 관계도 활성화되지 못한 어려운 국면이었다. 야구로 말하면 9회말 2아웃 상황에 구원투수 역할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법률, 엔터테인먼트, 채널사업 분야에서 쌓은 경험으로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현장 중심으로 방향을 설정했고 성과가 나고 있다. 경영이 안정되고 딜라이브가 긍정적 고객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성취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영업조직 개편과 서비스 개선 노력에 힘입어 딜라이브는 올해 월평균 5000명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딜라이브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케이블 방송 서비스만으로는 고객과의 소통 비전이 없다 생각해 과감하게 종합 복합미디어기업으로 전환했다”며 “올해는 기본기를 탄탄히 하고 글로벌 제휴를 맺는 성장기반 형성기다. 내년부터는 OTT 셋톱박스를 수십만 대 이상 공급하고 시장을 본격적으로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주 대표가 그리는 유료방송의 미래는 글로벌 시장의 미디어 시장 변화에 있다. 실시간 방송 서비스 위주에서 VOD 비중 증가로의 변화, TV-모바일-인터넷 3자간 연동된 미디어 서비스의 탄생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가 꼽힌다. 지난 5월 넷플릭스 OTT셋톱박스를 선보인 딜라이브의 OTT사업부는 케이블사업부와 양 축을 이룰 만큼 성장했다. 최근에는 히스토리 채널 등을 보유한 A&E를 자회사 주주로 받아들이며 글로벌 광폭 행보를 시작했다.
전 대표는 넷플릭스를 도약에 반드시 필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기업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에 직접 나서 올해 1월서 넷플릭스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창구가 바로 딜라이브라고 설득했다”고 추진 과정을 밝혔다.
딜라이브는 넷플릭스와 접촉하기 위해 국제 가전 전시회 CES에도 기술진을 보냈다. 먼저 모바일을 통해 국내 진출을 타진한 넷플릭스 측은 5월 중순경 딜라이브에 협력 의사를 밝혀왔다. 전 대표는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케팅 효과뿐 아니라 미국 ‘애플TV’와 같은 셋톱 판매까지 염두에 둔 한수였다.
전용주 대표는 넷플릭스, A&E 등과의 협력에 대해 “글로벌 제휴를 통해 수익을 분배하거나 한류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유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MSO로 머물러 있으면 절대 성장할 수 없다. 변하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내다봤다.
국내 시장에 대해서도 “가격 파괴에 기반한 가입자 뺏기 경쟁으로는 콘텐츠 역량을 확보할 수 없다”며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기업 가치도 높아지고 세계와의 콘텐츠 교류로 시장 눈높이도 올라갈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케이블이 망하고 IPTV는 된다는 인식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지털과 IPTV가 동일 서비스로 오히려 OTT 유입이 무서운 것”이라며 시장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일련의 경쟁력 제고 방안이 매각을 위한 포석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매각은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고 경영자는 철저히 최선을 다해 회사를 가꾸고 매일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매각 여부를 떠나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모든 경우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미다.
전 대표는 “딜라이브는 이제 20대다. 앞으로 100살까지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과 자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료방송 업계의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보겠다는 다짐이다.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