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여교사' 이원근 “모든 것이 아쉽지만 제 표정만은 만족”

[쿠키인터뷰] '여교사' 이원근 “모든 것이 아쉽지만 제 표정만은 만족”

기사승인 2017-01-02 16:51:48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는 배우 이원근에게 활동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다. 1년 6개월 전에 찍은 ‘여교사’를 기점으로 여러 가지 오디션에 붙었고, 드라마 등지로 시청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인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여교사’를 다른 작품보다도 뒤늦게 대중에게 선보이게 된 이원근을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사회 전날 잠도 안 와서 자다가, 깨다가, 꿈도 꾸고 또 깼어요.”라고 말하는 이원근은 시사회가 끝났음에도 들떠있었다.

“저에게 ‘여교사’는 복덩이 같은 작품이에요. ‘여교사’를 찍은 후로 좋은 분들과 감사한 분들을 만났거든요. 작품 활동도 바빠졌죠. 제가 100년 후에 제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면 ‘여교사’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일 거예요. 그런데 감독님은 제가 이런 말 하면 자꾸 ‘거짓말’이라고 의심해요. 정말인데.”

‘여교사’속 이원근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교사 효주(김하늘)를 들었다 놨다 하는 학생 재하 역을 맡았다. 재하는 처음에는 자신에게 간섭하는 효주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채로 대하지만, 어느 순간 활짝 웃는 얼굴로 건조한 효주의 마음에 비를 내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마냥 해맑다고 보기에는 뒷면의 속마음이 큰 대조를 이루는 인물이다. 몸은 성인이지만 아직 자라지 않은 재하를 연기하기 위해 이원근은 다양한 것들을 신경 써야 했다.

“단순히 교복을 입었다고 해서 학생으로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목소리였어요. 제가 십대가 아닌 만큼 어른 남자의 목소리가 나오면 연기 호흡이 깨져버렸죠. 극중 재하는 열여덟 살이에요. 열여덟 살이 사랑을 해 봤으면 얼마나 해 봤겠어요. 자연스레 애 같은 연기를 감독님도 요구하셨고, 저도 노력했죠. 극중에서 재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을 때 떼를 써요. 성인 남자처럼 남자답고 박력 있게 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매달리는 애처럼 상대를 갈구하죠. 가장 NG를 많이 낸 장면들도 그런 장면들이었어요. 저는 시나리오를 읽었으니까 상황의 전후를 알고 있잖아요? 저도 모르게 인과관계를 계산해가며 연기하는데, 그러면 너무 어른 같더라고요. 원래 애들은 앞뒤 없이 떼를 쓰잖아요. ‘얘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도록 연기해야 했어요.”


본래 ‘여교사’에서는 재하의 과거 이야기도 담겼지만, 편집 과정에서 잘려버렸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 재하를 단번에 설명해버리는 과거 장면은 영화에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이원근의 아이 같은 표정 덕분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지금 당장만 생각하는 재하의 얼굴. 이원근 본인도 영화에서 가장 만족한 부분을 자신의 표정 연기로 꼽았다.

“영화를 아직 저는 한 번 밖에 보지 못했어요. 당연히 아쉬운 부분들이 엄청나게 많죠. 그래도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더 잘 찍을 수는 있겠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마음에 드는 부분을 굳이 꼽자면 제 표정이에요. 이유가 있는 듯, 없는 듯, 효주를 사랑하는 듯, 아닌 듯. 묘한 재하의 표정들이 없었다면 영화가 좀 더 심심해졌을 수도 있거든요. 거기에 제 표정이 덧붙여지니까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여교사’는 오는 4일 개봉한다. 19세 미만 관람불가. 

onbg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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