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기범 서울대병원 교수 “선천성 심장병, 같이 극복해요”

[인터뷰] 김기범 서울대병원 교수 “선천성 심장병, 같이 극복해요”

기사승인 2017-01-05 00:35:39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엄마, 아빠에게 아기의 탄생은 인생의 선물이자 가장 큰 축복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아기가 병을 앓게 되는 경우가 있다. 출생 후 얼마 안 된 아기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모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신생아 1000명 중 8∼9명은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다. 

선천성 심장병이란 출생 전부터, 심장의 기형 및 기능 장애를 나타내는 질환을 일컫는다. 보통 심장은 자궁 내 태아기 3주에서 8주 사이에 만들어진다. 선천성 심장병은 심장 형성 및 발달 과정 중에 문제가 발생해 초래되는 질환이다. 태아기에 진단되기도 하고 출생 후 수십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후에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숨이 가파른 증세, 얼굴에 청색증 기미가 보인다면 즉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소아들의 심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치료하며 함께 동행하는 의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사진).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가 선천적 심장병을 앓아 치료를 받는 것을 볼 때는 안타깝다. 아이들이 건강해진 모습을 볼 때면 그 어느 때보다 보람이 있다. 언제든 환자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동행하는’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환자들을 보다 보니까 한 명 한 명이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김 교수는 “전공의 2년차 때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주치의를 할 때였는데, 미숙아로 태어나서 기도가 안좋아 수술을 여러 번 받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았던 아이가 있었다”며 “가망이 없어 보였던 아기가 1년 뒤에 봤더니 너무 멀쩡한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선천성 심장 환자들에게 ‘비수술적’으로 심장병을 치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심장 벽에 결손이 있는 심방중격결손이나 동맥관개존 같은 걸 개흉하지 않고 몸의 동맥, 정맥으로 기구를 삽입해서 기구폐쇄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기범 교수와 김용진·임홍국(흉부외과) 교수팀은 사람과 동물 이종이식의 문제점이던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한 차세대 인공심장판막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조만간 더 많은 환자들이 가슴을 열지 않고 비수술적으로 치료 받는 그런 것들이 더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소아부터 성인까지 이들의 심장을 돌보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에 중환자실 등 병실을 회진하고, 오후에는 일반외래 진료를 보고, 오후 5시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환자 시술을 한다. 이후 저녁에는 중환자 회진을 돈다. 이렇듯 그가 바쁜 일정을 보내는 데는 환자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의료진 숫자도 한몫 한다. 

그가 연수했던 하버드의대 부속병원인 아동병원 보스턴(Children’s Hospital Boston)은 소아 심장 전문의가 74명에 달한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은 현재 4명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병원이 연구, 진료 등의 활동에 있어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최소 6명 이상의 인력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서울대병원에서 추진하는 ‘15분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김 교수는 “의료 환경 상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환자와 진료 관련 대화를 나누지 못할 때 안타깝다. 다만 적정한 수가가 적용돼,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으로 발돋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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