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나는 공주가 아냐" 디즈니의 새로운 선언 '모아나'

[쿡리뷰] "나는 공주가 아냐" 디즈니의 새로운 선언 '모아나'

기사승인 2017-01-06 14:12:29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어린 시절 ‘공주님’이라는 소리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한 번쯤은 들으며 자라날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나이를 먹으며 스스로가 공주가 아니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렇다면 공주가 아닌 여자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모아나’는 모투누이 섬 족장의 딸 모아나가 저주받은 섬을 구하기 위해 전설 속 영웅 마우이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일찍이 반인반신 마우이는 생명의 힘을 가진 여신의 심장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주려 했으나, 이 심장을 탐낸 어둠 ‘테 카’가 마우이를 덮쳐 마우이도, 마우이의 무기도, 심장까지도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어릴 적 바다에게 선택된 모아나는 항상 마음속에 어렴풋이 바다를 향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지만, 족장인 아버지는 모아나에게 풍요로운 섬 안에서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여신이 없어 기승을 부리던 어둠이 모투누이 섬까지 덮친다. 모아나는 바다가 몰래 쥐어준 여신의 심장을 들고 마우이를 찾아 나선다.

‘모아나’는 여태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던 내러티브를 모두 내버리고 출발한다. 모아나의 등을 떠미는 것은 전설도, 전통적인 역할도 아닌 모아나 자신의 모험심이다. 고생 끝에 만난 영웅 마우이는 모아나의 정의로움이나 인류를 위한 박애에 공감하기보다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도망치려고 한다. 모아나에게 ‘공주님’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마우이를 향해 모아나가 외치는 “나는 공주가 아냐!”라는 말은 ‘공주님과 왕자님은 언제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위시해 수많은 고전을 변주해온 디즈니의 새로운 선언이기도 하다. 

앞서 ‘겨울왕국’으로 독립적인 여성 엘사를 만들어냈지만, 결국 자매인 안나가 고전적 결말을 맞았기에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던 디즈니다. 모아나는 극중에서 홀로 모험하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끝까지 항해한다. 누구나 예상할 법한 마우이와의 러브스토리도 없다. 클리쉐적인 사랑 이야기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아름다운 폴리네시아의 풍경이다. 수작업과 CG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바다는 113분 내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애니메이션은 어린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모아나’를 보는 것이 선입견을 깨부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들은 물론, 디즈니의 공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던 여성들에게 더 큰 감동을 안겨줄 ‘모아나’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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