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광고모델로 데뷔해서 20년. 그렇게 오래 연예인 생활을 했어도 배우 김하늘은 매번 새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떨린다. 대중이 작품을 어떻게 봐줄까에 대한 긴장감부터, 자신이 스크린에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기대감까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 ‘여교사’의 개봉 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하늘은 말했다.
‘여교사’(감독 김태용)의 효주는 김하늘에게 외면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배우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내면의 비참하고 비열한 모습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심리를 그대로 꿰뚫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하늘이 효주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김하늘이 연기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서 결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 종류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효주가 생활하는 방식, 사랑하게 되는 시기, 효주의 감정이 과연 적합한지에 대한 여부까지 제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종류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로서 욕심이 많이 나더라고요. 연민이 많이 가는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제가 기존에 했던 영화나 방송들처럼 흥행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몰입도와 흡입력은 엄청났어요.”
그렇게 선택하고, 연기한 후 1년 6개월. ‘여교사’의 뚜껑이 열렸을 때 김하늘의 만족도는 높았다. 자신의 연기부터 영화 전체의 흐름, 음악, 편집까지 모두 좋았다. 주변인들도 호평했다. 김하늘이 연기 변신이 신선했던 덕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김하늘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표정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효주가 혜영을 ‘선생님, 나랑 이야기 좀 해.’하고 불러내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 제 표정이 너무 절박하더라고요. 제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그 얼굴이 너무 낯설었어요. 여태까지 제가 연기한 작품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거든요. 저라는 배우에게 익숙하고, 제가 해온 밝은 작품들을 좋아하는 분들은 싫을 수 있지만 저는 너무 좋았어요. 아직도 제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여지가 남았다는 것이요.”
‘국민 교사’ 타이틀을 단 만큼 그간 비슷한 역할을 반복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로망스’부터 ‘동갑내기 과외하기’, ‘신사의 품격’까지 되새겨보면 항상 김하늘의 교사는 조금씩 다 달랐다. 심지어 김하늘 본인은 “‘국민 교사’ 타이틀을 다른 배우에게 뺏기기라도 하면 조금 서운할 것 같다”고 웃었다.
“교사 역할이 이젠 자연스러워요. ‘여교사’에서도 초반부에 칠판에 이름 쓰고 ‘내 이름은 뭐고, 담당 과목은 뭐고,’하는 도입부를 연기하며 스스로 ‘우와, 자연스러운데?’ 하고 느꼈으니 말 다 했죠. 재미있는 건 제가 연기생활 말고 다른 꿈이 교사였다는 거예요. 예체능 과목을 좋아해서 그쪽 교사가 하고 싶었어요. 교복 입고 학교 다니던 제 학창시절을 너무 좋아했거든요. 그 나이대의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평생 같이 지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자꾸 교사 역할이 들어오는 거 아닐까 싶어요.”
“20여년을 연기해온 만큼 많은 작품을 보여드렸어요. 아마 지금 한국에서 제 작품을 아예 보지 않은 분들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에게 정말 다른 김하늘을 보여드릴 수 있는 영화가 ‘여교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를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흥미롭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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