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조인성의 스크린 복귀는 9년만이다. 영화 ‘ 더 킹’(감독 한재림)속 권력복종형 검사 박태수를 연기한 조인성은 과연 화려한 복귀라 할 만 하다. 캐릭터의 변화에 따라 적절히 늘였다 줄였다 하는 텐션 조절은 천재적이다. 스스로는 어땠을까.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더 킹’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조인성은 “살았다”라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저는 시사회로 처음 영화의 최종본을 접했어요. 제 연기를 다 보고 나서 느낀 감정은 ‘와 살았다. 또 작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연기를 하고 싶어서’. 그러다 보니 매번 작품에 임할 때도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또 작품을 할 수 있는 정도만큼만 하자’가 목표가 되죠.”
연기 경력만 벌써 18년이다. 단지 오래 했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연기력과 스타성까지 겸비했다. 톱스타라고 부르기 이만큼 적절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런데도 조인성은 항상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배우는 배우 자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 가치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도 많이 들었죠. 그런데 제가 스스로에게 ‘내가 과연 대중을 움직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봤을 때, 답은 ‘아니오’였어요. 단지 배우 조인성의 이름 하나로 대중은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나 조인성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냈을 경우 대중들은 움직일 수도 있어요.” ‘조인성’이 아니라 ‘좋은 콘텐츠’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않는 배우에게 가치나 힘은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에게는 스스로에게 ‘배우를 왜 하게 됐어?’라고 물어봤어요. 첫 번째, 주목받고 싶어서. 두 번째, 사랑받고 싶어서. 세 번째, 돈을 벌고 싶어서. 모두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서’더라고요. 사람들의 마음을 제가 감히 움직일 수는 없지만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면 그럴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킹’을 보고 난 후에도 ‘살았다. 계속 연기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더 킹’속 박태수는 30년의 세월동안 끊임없이 변화한다. 처음에는 권력지향형으로, 나중에는 복수형 인간으로다. 처음에는 시키는 일만 간신히 해내던 박태수는 변화를 거듭하며 자아를 완성해간다. 배우 조인성도 마찬가지다. 조인성이라는 이름에 잘 모르는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시쳇말로 ‘간지 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예전의 조인성도 그랬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지금의 조인성을 만나는 사람들은, 유쾌한데다 달변가이기까지 한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데뷔 당시부터 ‘비열한 거리’로 스크린에 입성할 때까지도 배우라는 직업에 딸려오는 기대감을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분명 있었죠. 그 때는 무서운 게 많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굉장히 밝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고, 상대가 내게 원하는 것을 다 해줄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죠. 제 마음대로 모든 것이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이가 주는 여유도 분명 있죠. 예전보다는 자기방어기제가 많이 약해졌고, 용기도 많이 내게 됐어요.”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조인성의 변화도 계속될 것이다.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