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를 준비하던 5개월의 시간동안 배우 현빈은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 림철령을 소화하기 위해 운동을 했고 액션을 배웠으며 북한말을 연습했다. 반년에 가까운 시간을 공들인 끝에 말을 하지 않아도 멋진,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 멋진 ‘공조’의 림철령이 탄생했다. 몸을 아끼지 않은 현빈의 액션은 ‘공조’ 최대의 볼거리다.
오랜 시간 준비했지만 액션 촬영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액션보다 긴장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근접 거리에서 격투를 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액션을 촬영하는 날이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는 것의 그의 설명. 3일에 걸쳐 한 장면을 촬영한 적도 있었다.
“영화에서 사용된 총은 모두 실제 총기예요. 공포탄을 사용했지만 총구에서 불꽃이 튀죠. 근접거리에서 사격 하는 장면도 꽤 있었어요. 카체이싱 장면도 고속도로 달리는 차에서 촬영했고요. 격투 장면에서 조금만 각도가 잘못되면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어야 했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죠.”
오랜 시간 준비해 긴장을 하며 찍은 결과물은 어떨까. 현빈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철저한 준비가 현장에서 여유를 만든 덕분이다. 힘든 만큼 재미있었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힘들면서도 재미있게 촬영한 영화에서 현빈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태원 추격전이다. 현빈은 “이태원에서 찍은 추격 장면이 여러 가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워낙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움직이는 것에 대한 재미는 있었어요. 액션 촬영할 때는 힘들지만 오케이 사인을 받고 현장 편집본을 보면 한 눈에 뭔가 했다는 것이 보이니까 만족감도 있었고요.”
이번 영화에서 극 중 인물은 한 번씩 림철령을 보고 “멋있다”라는 말을 한다. 스크린 밖 관객도 거침없이 몸을 움직이는 과묵한 림철령을 보고 자연스레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에 대해 현빈에게 소감을 묻자 “멋있다는 대사가 나올 때마다 속으로 ‘어이쿠’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손사래를 친다.
“촬영을 할 때는 오로지 장면에 집중하고 긴장하니까 표정이 멋있게 보여야 한다든가 그런 것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대신 로프를 잡고 유리창으로 뛰어들거나 타격과 사격의 각등은 신경 썼어요. 영화적 상황이 림철령을 멋있게 만든 것 아닐까요.”
화려한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현빈은 ‘보이지 않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한정된 72시간 내에 공조 수사 파트너인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와 교류하고 의지하게 되는 변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림철령의 감정 표현이 크지 않아요. 못 볼 수도 있을 만큼 사소한 디테일이 철령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표현이었죠. 영화에서 강진태의 딸을 보고 철령이 아주 잠시 웃는 순간이 있어요. 아주 잠깐이나마 철령의 속마음이 드러난 거예요. 그런 순간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죠.”
‘공조’는 현빈의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오락·상업적 성향이 짙은 영화다. 20대에는 영화의 메시지를 보고 작품을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공조’와 ‘꾼’같은 작품들이 연달아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변화는 의도된 것이라기보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빈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정해 놓지는 않아요. 같은 것을 두 번하지는 않는 거죠. 예를 들면 액션을 다시 할 수 있겠지만 ‘공조’와는 또 다른 액션을 찾을 거예요. 다른 것을 찾는다는 것과 스스로 질문하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지 고민하는 것은 연기를 시작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은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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