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지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을 소개하는 사설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7개국 국민의 입국을 90일 이상 금지하는 내용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은 시리아, 이라크, 이란, 리비아, 예멘, 수단, 소말리아 출신 미국 영주권 소지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미국 내 언론과 시민의 플래카드에는 ‘탄핵’이 등장하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사설을 통해 “중국 시진핑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언했고, 멕시코 유력 정치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에 장벽을 세우게 되면 ‘진짜 전쟁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36%의 역대 최저 취임 전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벗어나는 방법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다음 대선이 열리는 오는 2020년 11월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시카고 트리뷴은 “‘재앙 수준’(catastrophic)의 일주일을 보낸 미국 국민에게 4년은 길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다. 미국 헌법 제2조에는 대통령 탄핵 요건을 반역죄, 뇌물죄 및 여타 중대범죄와 비행으로 명시하고 있다. 연방 상원에서 찬성표가 3분의 2를 넘으면 대통령은 탄핵당할 수 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지난 1998년 성 추문에 대한 위증혐의로 탄핵 소추 당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의회가 대통령이 반역죄, 뇌물죄를 위반했다는 구체적 증거 없이도 탄핵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나쁜 소식은 현재 상·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을 민주당이 밀어내기 전까지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일은) 다음 상·하원 선거가 열리는 오는 2018년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탄핵은 몇 달, 또는 그 이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세 번째로 부통령과 각 행정부 장관 및 다른 기관의 장 과반수가 ‘대통령이 직무상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수정 헌법 제25조에 따른 것이다. 이때는 즉시 부통령이 대통령을 대신하여 대통령직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시카고 트리뷴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성 소수자 인권과 기후변화 방지책에 적대적 의사를 표출하는 등 정치적으로 중도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펜스 부통령이 군사동맹을 해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행정명령에 반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트럼프 각료마저 부통령 대행 체제에 찬성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네 번째 방법으로 매체는 군사 쿠데타, 적어도 군 통솔자들이 대통령의 특정 명령에 따르지 않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트럼프 대통령은 조력자나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아닌 한밤중에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정책을 세운다. 그의 예측불가능하고 제멋대로인 성격은 결국 그의 측근까지도 몸서리치게 할 것”이라면서 “국방부 또한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관계자들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임기 때도 행정부의 물고문 지시에 반대했었다”는 사례를 들며 “어쨌거나 군대가 지키기로 맹세한 것은 대통령이 아닌 미국 헌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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