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던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만난 직후 국회 기자회견장을 예고 없이 찾아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려는 포부를 말한 것이 (귀국 후) 지난 3주간 짧은 시간이었다”면서 “개인과 가족,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원망도 쏟아냈다.
반 전 총장은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명분이 실종됐다”면서 “일부 (정치인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결정을 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너그러이 양해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저를 열렬히 지지한 많은 국민과 따뜻한 조언을 해준 분들, 가까이서 함게 일한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이루고자 한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사무총장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지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의외이지만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금 민심이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지금 국민의 바람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고 밝혔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존중하며 애석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세계평화와 남북평화정착을 위해 소중한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반 전 총장이 당사를 방문했을 때도 전혀 느낌을 받지 못했다. 외교·행정가에서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황스럽지만 정치개혁,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여망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긴급 비대위를 소집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2일 귀국한 후 연일 광폭 대선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턱받이, 퇴주잔, 국기에 대한 맹세, 위안부 발언 등 연일 각종 논란에 휩싸인데다 친인척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며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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