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겸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등했다. JTBC가 지난 1일 리얼미터에 의뢰,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한 결과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지지율 12.1%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지지율 26.1%를 기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황 권한대행은 보수 후보군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황 권한대행에게 노골적으로 구애를 보내는 건 새누리당이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10% 남짓 나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대선 후보로 당을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와 정체성이 맞다. 오신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3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출마선언만 하면 지지율이 최소한 두 배 이상 나올 것”이라며 “황 권한대행이 보수의 단일후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바른정당은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나올 경우 보수는 결국 분열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범보수층이 궤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 같이 죽자는 얘기”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출마할 거면 빨리 총리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어깃장을 놨다.
황 권한대행은 본인의 출마설에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대선주자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의도적 방치’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는 2일 오전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국회에 가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청취했다. 취재진이 ‘출마설이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그는 미소만 지을 뿐 긍정도 부정도 아닌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전략을 유지했다.
같은 날 오후, 황 권한대행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14명과 오찬간담회를 했다. 이어 그는 경기 반월 시화 산업단지를 견학하고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황 권한대행은 반월 시화 산업단지에서 주요 대선주자들이 화두로 삼는 ‘4차 산업혁명’을 거론했다.
황 권한대행이 보수진영에서 급부상한 데에는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 보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종북’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또 황 권한대행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우리나라 보수 기득권 세력의 정치권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대형 개신교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먼저 병역면제 문제가 있다. 그는 지난 1980년 만성담마진(두드러기) 증상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대해 야당은 “10년간 징병검사 받은 365만 명 중 담마진으로 면제를 받은 사람은 4명밖에 없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현직 총리로서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유일호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는데 이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는 ‘과잉 의전’ 논란으로 수차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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