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는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있는 것처럼 세상이 유지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성이 누락돼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익 추구 본능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사랑으로 그를 돌봐준 어머니는 존재를 간과한다. 앞선 구절에 등장하는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이 돈을 벌 수 있던 것도 그의 아이를 키우고 식사를 준비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운 그들의 아내 혹은 누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실제로 여성이 청소를 더 잘하도록 타고났다고 주장했다. 이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는 그 이유를 여성의 질이 본래 더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이 문지르고 닦고 터는 것은 자신의 신체에서 느끼는 더러운 느낌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프로이트가 질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여성의 성기는 자체 조정 기능을 갖춘 기관으로, 사람의 입보다도 깨끗하다. (…) 프로이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무보수 가사노동에 더 적합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리고 공공 부문의 일자리에서 터무니없는 저임금을 받으면서 혹사당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므로 경제력과 남성의 성기를 묶는 전 세계적 추세를 제대로 합리화하려면 다른 데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p.62)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는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된 주류 경제학을 향해 유쾌하고 날카롭게 일침을 날린다. 저자는 현재 주류 경제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페미니즘은 필수적이며, 이는 성불평등부터 인구 증가, 복지 체계에 대한 문제부터 노령화 사회에 닥칠 인력 부족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확보’ 이상의 훨씬 큰 문제에 관한 것이 됐다. 저자는 이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세상에 걸맞도록 사회, 경제, 정치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작업에 착수해야 하고, 이는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를 경제학에 포함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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