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검팀은 1차 수사 기간 종료 14일을 앞두고 대통령 대면조사, 청와대 압수수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핵심 수사 대상인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체적인 소환조사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규철 특검보는 우 전 수석 수사계획에 대해 지난 2일 “조만간 소환할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 10일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결정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을 묵인 또는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에 제기된 혐의만 10여 개에 달한다. 그는 지난 2014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비위 내사결과를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사건이나 ‘정윤회 문건사태’ 검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
그러나 특검이 지난해 12월1일 출범한 이래 우 전 수석과 관련해 수사한 것은 개인비리에 그쳤다. 정작 핵심인 국정농단 관련 의혹은 수사가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특검이 공개소환한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 백승석 경위는 가족회사 정강의 회삿돈을 횡령해 미술품을 구입한 것과 우 전 수석 아들의 병역 특혜에 관련된 인사다.
일각에서는 친정격인 검찰 내부의 문제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특검이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례로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냈는데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 이를 돌려줬다. 수사 정보 유출 배후에 우 전 수석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를 수사하려면 검찰 내부가 수사 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특검의 핵심인력과 우 전 수석의 친분도 지지부진한 수사 원인으로 거론된다. 박영수 특검은 우 전 수석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의 ‘양아버지’로 불린다. 윤 수사팀장은 과거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 근무할 때 직속 상관이던 우 전 수석을 ‘깍듯이 모셨다’는 말도 나왔다.
특검 수사 1차 종료 시한은 이달 28일이다.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승인 여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에 달려있다. 특검이 수사 기간 안에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면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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