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 정황상 배후로 김 위원장이 지목되며 김정남 일가족 신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남은 1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출국하기 위해 절차를 밟던 중 봉변을 당했다. 여성 2명이 김정남을 향해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렸고, 그는 인근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15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에 대한 암살시도가 5년 전부터 이뤄졌고, 김정남이 김 위원장에게 ‘가족을 살려달라’는 내용의 서신까지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원은 김정남 후처와 1남1녀가 중국 마카오에서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후처의 아들 한솔(22)씨는 지난 2011년 보스니아 국제학교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에 입학한 뒤 지난 2013년 9월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를 졸업했다. 특히 한솔씨는 5년 전 핀란드TV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단지 정치적인 문제로 민족이 분단됐다. 통일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는 인터뷰로 주목받았다. 김정남 본처와 아들 1명도 중국 베이징에서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남의 이복 여동생 김설송은 감금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자신의 3대 세습을 위협할 만한 인물을 제거해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권력 2인자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12월 장성택을 쿠데타 시도라는 죄목으로 전격 처형시켰다. 또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김 전 국방위원장 장례식 때 영구차를 호위했던 김정각, 김영춘, 우동측 등 군부 4인방도 모두 숙청되거나 일선에서 물러났다.
황당한 이유로 숙청을 당한 사례도 있다. 군 서열 2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2015년 4월 회의 중 졸다가 발각돼 재판 절차도 없이 대공화기인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당했다. 김용진 내각 부총리는 지난해 7월 회의에 참여하는 자세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희생됐다. 지난 2015년 초에는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조영남 국가계획위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에게 이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숙청당한 사실도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형된 북한 간부가 지난 2015말 기준으로 무려 140여 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공포통치가 어린 시절 유학으로 인해 북한 내 지지기반이 없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8월 귀순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 위원장은 자신을 과대 포장하고 김일성 흉내 내기를 한다”며 “하지만 김일성과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기반 잡기가 잘 안되고, 결국 폭압정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국가정보원장은 이번 피살 사태를 두고 “김정남이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는 계산적인 행동으로 했다기보다는 김 위원장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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