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블리자드 오버워치 리그, ‘그들만의 리그’ 될까

[기획] 블리자드 오버워치 리그, ‘그들만의 리그’ 될까

기사승인 2017-02-24 14:07:36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올해 가을 ‘오버워치 리그’가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블리자드 오버워치 리그 총괄 네이트 낸저는 23일 방한해 “오버워치를 축구처럼 글로벌 한 스포츠로 발전시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전에도 오버워치 대회는 있었다. 국내에서는 에이펙스(APEX)라는 이름으로 현재 두 시즌에 걸쳐 대회가 진행 중이다. 우승 상금은 2억 원으로 롤챔스와 유사한 규모다. 

이번에 출범할 오버워치 리그는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회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블리자드는 개발팀에 e스포츠 전담 인원을 포함시키면서 오버워치의 성공적인 정착에 힘을 쏟겠다고 공언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e스포츠 시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롤)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국가별 상위팀 간 맞대결을 벌이는 롤드컵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다. 지난해 9월29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롤드컵 누적 시청자 수는 3억9600만 명이다. 결승전 시청자 수만 4300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에 버금간다. 상금 역시 해가 갈수록 증가해 작년 롤드컵 우승팀인 SK텔레콤 T1(SKT)은 24억 원을 수령해 화제가 됐다.

이를 의식했는지 오버워치 리그는 기존에 볼 수 없던 지역 연고제를 도입했다.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전통 스포츠처럼 기반과 규모를 넓히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가진 접근성과 보편성에 대한 블리자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 매 경기 화두로 남는 옵저빙 문제… 축구 명성 넘보기엔 일러 

실제로 오버워치는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뤘다. 짧은 게임 시간과 간단한 조작법, 그리고 게임 내 몰입도는 어느 게임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2011년 출시된 이후 5년 동안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롤을 제치고 출시 2달 만에 왕좌를 빼앗은 오버워치다.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하는 재미’가 곧 ‘보는 재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축구와 롤이 각 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는 재미’와는 별개로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드 혹은 쿼터 뷰로 진행되는 축구 중계는 현기증을 나게 만들거나 직관력을 흐리지 않는다. 이런 중계환경은 다른 전통 스포츠들이 가진 동일한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버워치는 이전 대회부터 꾸준히 옵저빙(관전)에 관한 문제가 거론되면서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8월 아프리카 tv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오버워치를 플레이한 BJ 상위 27인의 오버워치 방송 누적시청자수는 207만7574명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누적 시청자수(434만3836)의 절반 수준이었다. 게임사용 점유율 면에서 롤에 무려 8% 앞서 있던 당시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의아한 수치다. 

이는 하는 재미가 곧 보는 재미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롤을 기피하는 유저들은 컨트롤 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헌데 롤의 경우 컨트롤의 난이도가 곧 경기 시청의 난이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롤을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선수들의 슈퍼 플레이를 감상하고 감탄할 수 있다. 

반면 오버워치는 직관성이 떨어지는 게임 화면이 경기 중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케이스다. 오죽하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불편을 호소할 정도다. 달리 말해 고정층 외의 유입이 어렵다는 의미다.

오버워치의 ‘옵저빙(관전)’ 문제는 오랜 기간 화두였다. 경기 중 옵저버가 놓치는 장면이 속출했고 캐릭터들이 한 데 엉키면 상황을 가늠할 수 없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이에 OGN은 에이펙스 시즌2부터 1인칭, 3인칭 시점을 번갈아 전환하는 방식으로 중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한결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특정 선수들 위주로만 관전이 진행되는 아쉬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 함구해야  기밀인가, 블리자드의 근거 없는 자신감인가 

블리자드 코리아는 옵저빙 문제에 관해 한결 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방송사 측에 꾸준히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방송사가 게임 시스템적인 부분에 일정 수준 이상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 OGN 관계자도 “블리자드가 옵저빙 기술을 개발해 방송사에 주기 전까지 힘든 부분이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블리자드는 개발팀 안에 e스포츠 전담팀을 포함시킴으로써 오버워치 리그의 방향성에 따라 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다. 네이트 낸저도 이를 강조하며 오버워치 리그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여전히 옵저빙 개선과 관련한 뚜렷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색감을 조절해 캐릭터를 두드러지게 만들고, UI와 옵저빙을 개선하겠다는 두루뭉술한 계획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심지어 지역연고제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를 묻는 질문에도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했다. 지역연고제를 위해 지자체와 상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네이트 낸저는 “각 지역의 스포츠 구단주나 게임 구단주에게 리그를 소개하고 있는 단계”라며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넥슨 아레나와 같은 기존 경기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홈 경기장을 마련할 방안은 있는지에 대해서도 “팀 오너와 상의할 부분”이라며 말을 흐렸다. 프로 스포츠단이 대기업 스폰서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인지만 하고 있을 뿐이지 뚜렷한 대책을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리그 출범을 6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었다. 

▲ 수익 거론 전에 흥행 방법부터 고민해야…

네이트 내저가 말한 ‘지역 연고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은 리그의 흥행이 우선시 돼야하는 전제가 깔린다. 그럼에도 오버워치 대회는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롤챔스 개막전 최고 시청자는 10만 명 남짓으로 같은 날 치러진 에이펙스 시즌2 개막전 시청자의 10배였다. 

물론 오버워치 대회가 막 걸음을 뗀 것은 맞다. 지극히 전망이 어두운 것도 아니다. 에이팩스 결승전에 만원관중이 몰리는 등 반가운 소식도 많았다. 최근에는 팬덤 형성 조짐도 보인다. 반면 지속 흥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순수 대회만을 즐기는 신규 팬들의 유입이 없다면 오버워치 리그는 현상유지 내지는 ‘고인 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 어느덧 오버워치는 게임 점유율마저 롤에게 뒤처지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롤은 6주째 1위를 유지하던 것도 모자라 지난 21일에는 28.73% 점유율을 기록하며 오버워치와의 격차를 4%까지 벌렸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격차는 롤 대회 개막과 궤를 같이 한다. 리그 간 흥행 편차가 게임 자체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 오버워치 리그는 제2의 페이커를 낳을 수 있을까

롤은 2013년 ‘페이커’ 이상혁이 일약 스타로 떠오르면서 규모를 갖춘 e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는 흐름을 탔다. 페이커가 롤드컵에서 전 세계 팬들에게 보여준 슈퍼 플레이는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페이커와 함께 국내 롤챔스의 파이도 커졌다. 올 시즌 페이커의 연봉은 무려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FA 대박을 터뜨린 야구선수 최형우의 연봉(25억)보다 많다.

이전에 e스포츠 시장을 이끌었던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도 임요환, 장재호를 비롯한 슈퍼 플레이어들의 활약에 힘입어 정착했다. 지금의 오버워치에게도 슈퍼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물론 그런 플레이어는 존재한다. 타이무와 디바(D.Va) 장인으로 불리는 ‘미키’는 오버워치 팬들의 우상이다. 그러나 오버워치가 가진 옵저빙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슈퍼플레이가 두드러지는 것은 다소 힘들어 보인다.

네이트 내저와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곳곳에서 피어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 성급히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로서는 블리자드가 e스포츠 시장의 특성과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가 스포츠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차별화 된 지점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기저에 깔려있는 문제가 분명한 상황에서 대기업을 비롯한 지자체의 협조를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접근 방식을 달리해 멀리 봐야 한다. 이대로라면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리그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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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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