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어느 한 연구원의 황당한 저출산 대책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속인 이 연구원은 지난달 24일 인구포럼에서 저출산 원인이 여성들의 고학력 때문이라고 주장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날 포럼에서 해당 연구원은 저출산 원인과 관련해 혼인율을 올리는 것이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대책들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연구원의 시선은 다소 황당했다. 일단 그는 혼인율 하락의 원인을 ‘여성들의 스펙쌓기’ 탓으로 돌렸다. 여성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느라 혼인시장에 들어오는 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혼인율이 떨어지고, 그 결과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휴학, 연수, 자격증 취득 등이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혼인율을 올리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을 막고, 지원자와 기업 간 탐색과 매칭이 일어나는 연령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연구원은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결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관습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결국 한마디로 고학력 여성들이 ‘눈이 높기 때문에’ 혼인율이 저조하다는 뜻인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 혼인율 하락이 저출산과 연관된 것은 맞다. 일단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혼인율이 저조한 이유가 과연 여성의 스펙쌓기와 고학력으로 인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봐야 할까?
이는 실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취업 문제로 인해 결혼은 꿈도 못 꾸고,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거나, 또는 결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은 상태다. 때문에 혼인율을 해결하려면 청년층의 일자리, 주택마련, 육아‧교육비, 인식개선 문제 등과 연관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스펙을 덜 쌓고, 학력을 낮추는 것이 과연 저출산 해결을 위한 방법일까? 사회적인 문제를 단순히 여성 관리로 해결하겠다는 주장은 황당할뿐더러 여성들의 분노를 자초한 셈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보사연의 대처다. 이번 사건의 논란이 점차 거세지자, 보사연 원장과 해당 연구원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이 연구원은 인구영향평가센터장에서 자진해서 물러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도 홈페이지에는 많은 여성들이 파면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이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할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만큼 보사연은 더욱 신중하게 이 문제를 들여다봤어야 했다. 또 이번 사건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킨 만큼 보다 무겁게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단순히 몇 글자의 사과문만으로 무마하려 하기엔 아직도 국민들의 공분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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