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처음 겪는 일이었지만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나서게 됐습니다. 다행히 환자가 안정을 찾고 회복돼 다행입니다 ” 김이수 한림대성심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최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가 응급환자를 마주했다. 갑작스럽게 쓰러진 환자로 모두가 당황한 사이 김 교수는 기지를 발휘해 응급처치에 나섰고, 결국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급박했던 현장의 이야기와 그가 가진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16일 김 교수는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시간여 순항하던 중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안내방송이 기내에 울렸다. 즉시 사고현장으로 가보니 73세 미국인 승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김 교수는 “환자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고 오른쪽 절반이 마비된 상태였다. 또 혈압은 220-165㎜Hg, 호흡수는 분당 28회로 정상범위를 훌쩍 벗어나있었다”고 전했다.
환자의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 김 교수는 기내에 비치된 구급용품을 이용해 환자에게 정맥주사경로를 확보했다. 이어 요도카테터를 삽입해 소변을 배출시키고 고혈압치료제를 처방했다. 김 교수의 빠른 처치로 환자는 환자의 혈압은 140~100mmHg까지 떨어졌고 호흡수는 분당 22회로 좋아졌다. 의식도 명료해져 비행기가 도착하기 직전에 정맥주사와 카테터를 제거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이런 돌발상황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초기 대처가 중요한 만큼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내에도 최소한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느꼈다”며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있는 경험이었다”며 소회를 전했다.
그는 유방암과 갑상선암 치료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자신에게는 의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열심히 치료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거나 환자들이 내 맘같이 않을 때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의 진료 철학 중 하나는 ‘설명에 충실한 의사’다. 김 교수는 “가장 어려울 때 찾는 사람이 의사”라며 “환자들에게 설명을 잘하는 의사로 다가가길 원한다. 환자들을 대할 때에는 항상 쉬운 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정직함’이다. 김 교수는 “의사는 항상 환자에게 솔직해야 한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일이 커진다. 정직은 의사로서 중요한 미덕이자 용기가 필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의료인 성범죄 문제에 대해서도 쓴 소리했다, 진료과 특성상 유방암 환자들을 주로 대하는 그는 제자들에게 항상 ‘입단속’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의사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환자들의 긴장을 푼답시고 불필요한 농담을 건네는 것”이라며 “진단과 치료에 충실하되 여성이라는 특성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괜한 농담이 불쾌감을 낳고 논란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의사의 기본 자질은 ‘꼼꼼함’이다. 그는 “의사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보다는 확인된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직업”이라며 “꼼꼼하지 않으면 자칫 실수하기 쉽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의사는 꼼꼼해야 한다. 여기에 마음먹은 것을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목표의식과 성실, 그리고 신뢰감이 더해진다면 더욱 좋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