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박사모)이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남발하며 회원들을 부추기고 있다.
2일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박원순 시장, 제대로 걸렸다. 축하하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명색이 서울시장이라는 작자가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른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라며 "(박 시장의 고발은)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다. 오늘 중으로 박 시장을 위에 열거한 죄목을 포함해 각종 죄목으로 형사고발 조치하고 아울러 주민소환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 천막 40동을 무단 설치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관계자 7명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시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탄기국 관계자는) 시민 모두가 이용해야 할 서울광장을 무단 점거해 음식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하며 이를 단속하는 공무원에게는 폭력을 행사한다”면서 “일단 법률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행정대집행 등 강제퇴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정 회장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도 집단 소송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박지원이 태극기 집회에 한 푼, 두 푼 후원하신 애국동지님들을 모독했다”면서 “박사모에서는 박지원을 상대로 형사고소는 물론, 집단 소송을 준비함을 알린다”는 성명서를 온라인 카페에 올렸다.
박 대표는 같은 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어느 세력인지 모르지만, 태극기집회에 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첫 번째 태극기 집회에는 2억원이 모금됐고 두 번째에는 4억원이 모금됐다고 한다. 민의의 발로인지 관제의 발로인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는 박 시장과 박 대표를 향해 “반성은커녕 선동하는 자들은 대한민국을 떠나야 한다” “이번만큼은 봐주지 않겠다” “태극기 민심에 질투가 생긴 모양인데 당신들을 심판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여당 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박사모는 지난달 24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을 상대로 5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채권과 부동산 등 재산에 대한 가압류까지 신청했다. 박사모는 하 의원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탄기국 회원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줬다며 5433명의 원고단을 모집해 서울남부지법에 소송을 냈다.
박사모는 "하 의원이 지난해 12월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맞불집회의 돈줄이 최순실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회원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탄핵 맞불집회 참석자들이 최순실의 돈을 받고 나갔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박사모에 최순실 편을 들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뿐이다. 박사모의 왜곡에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박사모의 잇따른 고소·고발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막판 여론전을 벌이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대규모 태극기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박사모의 생일 축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정 회장이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올린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백만 통의 러브레터’를 잘 받았으며 잘 읽었다”면서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드린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인 2월2일에서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 답장을 보내 ‘지지층 결집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통령 측은 “기존에 해왔던 대로 감사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뿐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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