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이승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리는 10일, 이른 아침부터 태극기 집회가 진행됐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은 지난 8일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인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3박4일간 태극기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집회 참가자 800여명은 오전 10시부터 헌재 앞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종로 방향, 현대 계동사옥에서 창경궁 방향 두 갈래로 모여 "탄핵각하"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고 미군 군복을 입은 이도 있었다. '누명탄핵 원천무효' 플래카드와 다소 격양된 '결국 국민이 아스팔트 위에 피를 흘리게 하는가' 구호도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군가 '진짜 사나이', '전우' 등을 연이어 불렀다.
탄기국 측은 탄핵 각하 결정을 확신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단상에 오른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이사 겸 애국 태극기집회 사회자는 "금일 오전 9시부터 안국역 2번 출구는 폐쇄된다"면서 "움직이지 마시고 내일 새벽 4시까지 열리는 탄핵 각하 축제에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손 이사는 "한 시간 뒤면 여러분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미 결정된 탄핵각하를 선물로 받을 것"이라면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지면 안 된다. 이제 '탄핵'이라는 더러운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향해 언론에 호의적으로 대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사회자는 "500만 애국 시민 여러분, 오늘은 여기 오신 모든 기자분을 환영하는 날이다"라면서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기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달라. JTBC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는 "기자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수고한다고 격려해주라"면서 취재진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단상에 올라올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도 자리를 양보하고 먹을 것을 나눠주는 등 언론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평소의 태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황영길(53)씨는 "오늘 탄핵심판 선고는 무조건 각하"라면서 "기각은 생각도 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에서 올라온 박영희(48·여)씨는 "나는 보수가 아닌 중도다. 태극기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무조건 보수나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에서 나왔다고 오해하는 게 싫다"면서 "이번 탄핵은 억지이기 때문에 원천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지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경찰은 병력 2만1600여명을 동원했으며 종로2가 로터리에서 안국역 로터리까지 약 770m 구간을 양방향 완전히 통제했다.
율곡로 방면에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오전 10시부터 집회를 열고 있다. 퇴진행동 측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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